러시아 인권운동계 '대모' 알렉세예바 91세로 별세

입력 2018-12-09 08:10  

러시아 인권운동계 '대모' 알렉세예바 91세로 별세
소련 시절 반체제 운동…인권단체 '모스크바 헬싱키 그룹' 창설
16년 동안 미국서 망명 생활…대통령 인권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인권운동계의 '대모' 류드밀라 알렉세예바가 8일(현지시간)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러시아 대통령 산하 '시민사회발전·인권 위원회'는 이날 자체 사이트를 통해 "오늘 위원회 위원이자 러시아의 원로 인권운동가이며 '모스크바 헬싱키 그룹' 대표인 알렉세예바가 별세했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발전·인권 위원회 대표 미하일 페도토프는 인테르팍스 통신에 "오늘 저녁 7시 30분 그녀가 숨졌다고 (모스크바) 15번 병원 대표의사가 알려왔다"고 전했다.
알렉세예바는 건강 악화로 최근 몇 주 동안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페도토프 대표는 "이는 위원회뿐 아니라 모든 인권운동계 전체의 손실이며 회복될 수 없는 손실"이라고 애도했다.
알렉세예바는 소련 시절부터 반체제 운동을 벌여온 모스크바 인권운동계의 대모로 통한다.
러시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인권단체로 1976년 창립된 모스크바 헬싱키 그룹의 공동설립자로 참여했으며, 1996년부터 이 단체의 대표를 맡아 왔다.
옛 소련 명문 모스크바국립대(MGU)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알렉세예바는 이후 소련의 사회주의 사상에 환멸을 느끼고 박사 학위 논문 심사마저 포기하고 1960년대부터 반체제 인사 그룹에 포함돼 활동했다. 특히 해외에서 소련 비판 내용을 담은 작품을 출간한 혐의로 체포됐던 반체제 작가들과 반체제 인사들의 구명운동을 벌였다.
이 같은 활동 때문에 1968년 공산당에서 축출되고 일하던 출판사에서도 쫓겨났지만 반체제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1968년~1972년 소련의 인권탄압을 고발하는 비밀 출판물의 타이피스트로 일했다.
1976년 인권단체 모스크바 헬싱키 그룹의 창설 멤버가 됐다. 이후 이 단체가 발표하는 각종 문서를 작성하거나 편집하고 이를 당국으로부터 숨기는 역할을 담당했다.
결국 1977년 소련에서 쫓겨나 미국에 정착한 뒤에도 헬싱키 그룹 해외 대표로서 활동을 계속했다. 미국 내에서 발간되는 영어 및 러시아어 반체제 출판물에 글을 실었다.
1985년에는 소련 반체제 운동의 역사를 정리한 '소련 반체제 인사'라는 책을 출간했다.
미국에서 '라디오 자유(Radio Liberty)'와 '미국의 소리' 라디오 방송 러시아어 섹션에서 일하기도 했다.
1989년에는 7년 동안 활동을 중단했다가 부활한 헬싱키 그룹에 다시 참여했다.
소련 붕괴 2년 뒤인 1993년 러시아로 돌아와 1996년부터 헬싱키 그룹 대표를 맡아 왔다.
2000년에는 크렘린에 입성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인권문제 담당 자문역을 맡아 일부 인권활동가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후에도 각종 정치사회단체 창설에 참여해 인권운동을 펼쳤다.
2009년부터 야권이 벌이던 집회의 자유에 관한 헌법 제31조 조항을 수호하기 위한 '전략 31' 시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으며, 같은 해 10월에 이 시위에 참여했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러시아 당국의 알렉세예바 체포는 유럽과 미국 등에서 강한 비난을 샀다.
2009년 유럽의회가 매년 시상하는 안드레이 사하로프 사상의 자유상을 수상하는 등 각종 상을 받았다.
2002~2012년 대통령 산하 인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이달 초부터 대통령 산하 시민사회발전·인권 위원회 위원으로 재직해 왔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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