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속으로 달리는 KTX 열차가 선로를 이탈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시속 300㎞까지 속도를 내는 KTX 열차의 탈선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코레일이 운영하는 철도 구간에서 최근 3주 동안 무려 10건의 사고가 일어났다. 급기야 지난 5일 이낙연 총리가 대전 코레일 본사를 방문해 국가기간시설인 철도에 대한 국민 불안과 불신을 불식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러고 3일 만에 대형 사고가 발생해 정부의 철도 안전 약속은 물거품이 됐다. 코레일의 안전대책을 믿어도 되는지, 코레일 경영진은 철도 안전을 책임질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게 됐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12월 22일 운행을 시작해, 개통 1주년을 앞둔 KTX 강릉선의 강릉~진부 구간에서 일어났다. 8일 오전 서울행 열차가 강릉역을 출발한 지 5분 만에 사고가 났다. 기관차 등 앞 차량은 T자 모양으로 꺾였고, 열차 10량 모두 선로를 이탈했다. 참으로 큰일 날 뻔 했다. 사망자는 없었지만, 승객과 선로작업자 14명이 다쳤다. 사고 열차에 탔던 승객들이 추위 속에 큰 충격과 불편을 겪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많은 이용객이 주말에 서울~강릉 KTX를 타려던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선로 전환기 상태를 표시하는 회선 연결 잘못이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등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8일 탈선 원인에 대해 "기온 급강하에 따른 선로 이상"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선로가 어떻게 설계됐기에 이 정도 한파에 이상이 생긴단 말인가. 날씨 때문이라면 국민은 겨울마다 KTX 사고 걱정을 해야 하나. 답답하기 짝이 없다. 코레일은 사고를 날씨 탓으로 어물쩍 넘기려 하지 말고 정확한 원인을 밝혀야 한다.
최근 철도 사고를 보면 코레일이 안전불감증에라도 걸렸는지, 기강이 흐트러져도 너무 흐트러진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그만큼 어이없는 사고도 있었고, 심각한 사고도 빈발했다. 지난달 19일에는 서울역으로 진입하던 KTX 열차가 선로 보수 작업 중이던 포크레인을 들이받아 작업자 3명이 다쳤다. 작업 계획을 열차운행 일정과 조정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전형적인 인재였다. 하루 뒤인 20일에는 충북 오송역에서 KTX 열차에 전기공급이 중단돼 열차 120대의 운행이 지연됐다. 서울~부산 열차운행 시간이 8시간까지 걸리는 등 대혼잡이 빚어졌다.
철도 사고만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는 게 아니다. 지난 10월에는 고양 송유관공사 저유소에서 큰불이 났는데 원인이 풍등이었다. 재미로 날리는 풍등에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설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국민을 허탈하게 했다. 지난달에는 KT 서울아현지사 통신구 불로 통신 대란이 일어나 주변 일대 국민 생활이 마비되다시피 했다. 이달에는 경기 고양시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가 관리하는 온수관이 파열돼 1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화상을 입었다. 민생과 밀접한 기반시설에서 안전사고가 이렇게 잦아서야 국민이 어떻게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겠나.
정부는 13일 범정부 회의를 열고 국가기반시설의 안전관리 대책을 논의한다고 한다. 국민이 원하는 건 전시성 회의나 백화점식으로 대책이 나열된 뻔한 보고서가 아니다. 철밥통이라고 불리는 공직사회 안에서 해이해진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 안전대책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필요한 투자를 해야 한다. 국민은 말로만 하는 대책이 아니라 돈 들인 실효적 방안을 원한다. '번개가 잦으면 천둥이 친다'고 했다. 작은 사고가 모여 큰일이 터지기 전에 안전관리와 예방에 고삐를 조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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