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위태롭다'…기반시설 잇단 사고에 시민불안 가중

입력 2018-12-09 16:42  

'일상이 위태롭다'…기반시설 잇단 사고에 시민불안 가중
교통·통신·난방 등 전방위로 '구멍'…도시기능 속속 마비
전문가 "사고 발생 가능성 인지한 대대적 점검 필요"

(전국종합=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하루가 멀다 하고 잇따르는 사고에 대한민국 기반시설의 안정성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KT 아현지사 통신선이 불에 타 일대 통신이 마비되는가 하면, 고양 백석역에선 온수 배관이 터져 인명피해와 함께 수천 명의 시민이 한겨울 추위에 내몰리기도 했다. '국민의 발'인 KTX와 지하철 사고는 일일이 집계가 어려울 정도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겨지던 국가 기본 서비스가 하나둘 무너지자 시민들의 불편과 불안감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 기반시설에 대한 대대적이고 전방위적인 안전점검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선로를 벗어난 철도…불안한 '국민의 발'
지난 8일 오전 7시 35분께 강원 강릉시 운산동 일대 강릉선 철도에서 승객 198명을 태운 서울행 KTX 열차가 탈선했다.
기관차 등 앞 2량은 선로를 완전히 벗어나 'T'자 형태로 꺾였고, 나머지 10량도 선로를 이탈해 1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대규모 인명피해는 피했지만, 최근 열차사고가 너무 잦아 승객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같은 날 오전 6시 50분께는 대구에서는 서울로 향하던 KTX 열차가 역을 통과하던 도중 선로에 30분가량 멈춰서는 사고가 났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광주 광산구 호암선 하남역 인근에서 선로 도색작업을 준비하던 김모(66) 씨가 서울행 새마을호 열차에 치여 숨지기도 했다.
같은 달 23∼24일에는 광명역과 오송역에서 KTX 열차가,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 열차가 각각 1시간가량씩 멈춰서는 등 고장사고가 잇따라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처럼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열차사고가 최근 3주 동안에만 9건이나 잇달아 터졌다.



◇ "통신구 화재로 모두 먹통"…사고 한 번에 도시 마비
지난달 24일 KT 아현지사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서울 서대문·마포·용산·중·은평구 등 5개 구와 경기 고양시 일부의 KT 통신망은 수일째 '먹통'이 됐다.
유·무선 전화 통화나 IPTV 등은 물론이고 일반 영업점의 카드결제, 현금지급기, 병원 내 환자 진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차질이 빚어졌다.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찰청·소방청·국방부의 일부 통신도 화재 여파를 피해가진 못했다.
하루아침에 문명 생활이 파괴될 수 있는 중요한 시설임에도 불이 난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는 겨우 소화기 1대만 비치돼 있을 뿐 스프링클러조차 설치돼있지 않았다.
더구나 KT가 소방법을 어긴 게 아니라 해당 시설이 애초 '연소방지설비' 의무설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 불안감은 더욱 가중됐다.
그로부터 10여 일 뒤인 지난 4일에서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인근에서는 지역 난방공사 배관이 터지며 1명이 죽고 40여 명이 다쳤다.
한파 특보가 내린 추운 날씨 속에 각 가정으로 공급돼야 할 고온의 물이 도로 위로 치솟으면서, 사고지점 일대는 소방관조차 접근할 수 없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백석, 마두, 행신 등 인근 지역 2천여 가구는 온수 공급이 끊기면서 시민들이 추위에 떨기도 했다.
사고 현장에 고립돼 있던 차량 뒷좌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송모(69) 씨는 딸, 예비사위와 식사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에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 또 어디서 사고 날까…일상이 불안한 시민들
서울 광진구에서 4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최모(34·여) 씨는 최근 아이와 함께 지하철을 타다가도 덜컥 겁이 나는 순간이 잦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하도 사고가 잦다 보니 교행을 위해 열차가 잠시 멈춘다는 안내방송이 나와도 혹시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겁이 난다"며 "큰 건물이나 지하 시설을 이용할 때 만일을 대비해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미리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에 대해 국가 차원의 대응이 아쉽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수원에 사는 강모(44) 씨는 "시민들이 국가에 내는 세금에는 기반시설의 사용료와 유지비용도 포함돼 있을 텐데, 국가가 가장 기본이 돼야 할 기반시설의 유지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고 성토했다.

◇'사후약방문'은 안돼…점검·대처 매뉴얼 준수해야
전문가들은 각 시설 관리자들이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체계적인 점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찬기 한국재난정보학회 명예회장은 "주요 기반시설에는 사고에 대처하기 위한 매뉴얼뿐 아니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점검 매뉴얼도 함께 존재한다"며 "평상시 점검 매뉴얼을 제대로 준수한다면 대부분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하 배관에 대해 제대로 된 데이터가 없는 실정에선 온수관뿐 아니라 가스관 폭발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며 "배관 작업을 할 때 센서 장치 등을 함께 마련하는 등 사고를 막기 위한 예산을 충분히 책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부병 우송대학교 철도차량 시스템학과 교수는 "반복되는 사고의 경우 원인을 따져보면 동일한 시스템에 같은 프로세스가 문제가 된 경우가 잦다"며 "물론 예방이 가장 중요하지만 사고가 이미 발생했다면 사안별로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to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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