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결의 협상 때 "중국은 난민사태 우려 군사행동 불원" 판단
"우선 협상상대 관점에서 걱정과 이익 파악이 중요"…대북협상엔 적용 안하는 듯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어떤 것을 협상하려 할 때는 우선 상대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상대가 걱정하는 게 뭔지, 뭘 이익이라고 생각하는지 등. 그러고 나서 우리가 그들로부터 원하는 것을 취하고, 그게 그들 자신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믿게 해야 한다"
연말 사임하는 미국의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대사는 지난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급가속에 대응해 3차례에 걸쳐 강경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끌어낼 때 중국과 러시아를 참여시키기 위해 가한 자신의 외교 압박술을 이같이 설명했다.
미국 매체 `애틀랜틱'이 지난 7일(현지시간) 전한 헤일리 대사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헤일리 대사가 파악한 중국의 관점 첫째는 "중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
또 "중국과 북한 관계가 이미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돼서 북한이 중국에 점점 공격적으로 돼 가고 있기 때문에 뭔가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도 당시 중국의 관점 중 하나였다.
"그들(중국)은 군사행동을 원치 않았다…만일 김정은(체제)이 쓰러지면 (북한 난민들이 중국 국경으로 쏟아져 들어와) 난민을 감당해야 할 터인데 그런 상황을 원치 않았다"고 헤일리 대사는 덧붙였다.
헤일리 대사는 이같이 중국 측 관점을 파악하고 난 뒤엔 중국 측과 만나 "단도직입적으로" 얘기를 했다고 회고했다.
"당신네는 북한인들이 국경을 넘어오는 걸 원치 않는 것 아니냐?…김정은의 대안(successor), 우리가 대놓고 찾아볼 대안도 없다는 걸 안다. 당신네 상황이 이렇다면, 그리고 당신네 목적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을 중단시키는 것인데, 군사행동이 해답이 아니라면, 우리가 (함께) 검토해볼 수 있는 게 뭔지 알아보자"
헤일리 대사의 '김정은 대안' 언급은 지난해 2월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 정남의 피살과 관련된 언급으로 보인다.
헤일리 대사는 이같이 먼저 중국을 설득해 대북 석유 금수 결의에 참여한다는 동의를 받아낸 뒤 이어 러시아를 찾는 방식으로 러시아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고 자랑했다. '못하겠다'는 러시아 측에 "세계의 나머지와 맞서 혼자서 북한 편에 설 것이냐"고 압박했다는 것.
안보리 결의에 도전하는 북한의 계속된 미사일 시험에 추가 제재 결의를 할 때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언사가 "매우 매우 도움이 됐다"
"대통령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 "나는 대통령을 말리지 못한다. 그러니 이것(제재 결의)을 해내야 한다"고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했다고 헤일리 대사는 설명했다.
"상대의 관점"에서 상대가 걱정하는 게 뭔지, 상대가 이익으로 받아들일 것이 뭔지 먼저 파악한 뒤 내가 취할 것을 얻어내면서도 상대가 스스로 결정한 것처럼 믿게 설득한다는 헤일리 대사의 협상론이 미국의 대북 협상에선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헤일리 대사는 애틀랜틱과 인터뷰에서 미국의 유엔주재 대사로서 "3차례 걸쳐 (대북) 제재를 만들어내는 게 힘들었지만, 성공했고, 그럼으로써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의 변화를 끌어낸 것은 초강경 제재 때문이라는 것으로, 북한의 비핵화 후 제재완화나 해제를 검토한다는 미국의 일관된 입장도 이런 인식에 기초한 것이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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