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10일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우회해 이란과 유럽 간 금융거래를 용이하게 하는 시스템인 특수목적법인(SPV)이 연말까지는 출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게리니 대표는 이날 브뤼셀에서 EU 외교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SPV는 지난 2015년 체결된 이란과의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미국이 이란과 외국의 금융거래를 다시 제재(세컨더리 보이콧)해 이란과 교역이 어려워지자 EU가 핵 합의를 유지하려고 이란에 제시한 방법이다.
EU는 SPV를 통해 미국 달러화를 사용하지 않고 유럽의 물품과 이란 원유·천연가스를 교역하는데 필요한 금융거래를 한다는 구상이다.
EU 측은 그동안 SPV를 조속히 출범시키기를 기대했으나 SPV를 유치할 후보에 오른 회원국들이 미국의 대이란제재 대상이 되는 것을 우려해 이를 회피하면서 지연됐다.
모게리니 대표는 SPV에 진전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기구가 수주 내에, 올해 연말 이전에 이란과의 합법적인 거래를 보호하고 증진하는 방식으로 설치되기를 기대한다"면서 "잘 진척되고 있다"고 답변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현재 프랑스와 독일이 SPV 출범에 공동책임을 지고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EU에 따르면 SPV는 당초 추진했던 원유와 같은 민감한 품목에 대한 거래보다는 인도적인 물품이나 식료품처럼 덜 민감한 품목만 다루는 방향으로 후퇴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프랑스와 덴마크에서 국외 망명한 반체제인사들에 대한 이란의 테러·암살 음모가 적발돼 EU 회원국들이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방안이 강구되고 있어 탄력을 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는 후문이다.
모게리니 대표는 이에 대해 "우리가 이란 핵 합의 이행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해서 다른 이슈들에 대해선 눈을 감아버린다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그동안 EU가 이란의 무역 및 금융거래를 보호하지 못하면 핵 합의를 파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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