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변호인, 형량 조정 합의…풀려나면 러시아로 추방될 듯
피의자 부친 "등록없이 외국대리인 활동한 부분만 인정할 것"
(서울·모스크바=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유철종 특파원 = 미국 정가에 '러시아 스파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마리야 부티나(29)가 유죄를 일부 인정할 전망이다.
러시아 크렘린궁의 지시를 받아 워싱턴 정계에 침투하려 한 혐의로 지난 7월 검찰에 체포돼 수감된 부티나가 오는 12일 공판에 나올 예정이라고 워싱턴포스트와 로이터통신 등이 10일 보도했다.
특히 강력히 무죄를 주장해오던 부티나가 유죄를 인정하는 것은 검찰과 부티나의 변호인 측이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형량을 조정하는 '유죄 답변 거래'(a plea deal)에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아메리카대학 대학원생이면서 총기 소지권 옹호론자 활동을 하는 부티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공화당 의원들과 밀접한 관계인 미국총기협회(NRA)에 침투하려고 러시아인과 2명의 미국인과 접촉했다고 기소장에서 주장했다.
검찰이 지목한 러시아 관료는 전직 상원의원이자 지난달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 직에서 물러난 알렉산드르 토르쉰이고, 미국인 중 한 명은 부티나와 만난 적 있는 공화당 소속 정치활동가 폴 에릭슨이라는 인물이지만, 이들은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부티나는 에릭슨이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러시아 관리들과의 교류는 어떠한 내용이었는지에 대해 검찰에 진술하는 형식으로 협조를 할 것이라고 CNN방송은 예상했다.
검찰은 애초 부티나가 미국 정치권에 접근하려고 성 로비까지 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큰 파문을 일으켰으나, 확인 결과 오랜 친구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오해한 것이라고 지난 9월 인정했다.
부티나는 워싱턴 검찰에 의해 기소됐지만, 러시아의 미국 대통령선거 개입을 조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검에 의해 기소되지는 않았다.
이는 뮬러 특검이 자신이 조사하는 분야와 부티나의 활동이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분석했다.
5개월째 수감돼있는 부티나는 이번 유죄답변거래로 풀려나면 수개월 이내에 러시아로 추방될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망했다.
부티나에게 성 접대 혐의를 씌우려 했던 검찰의 무리수가 부티나로 하여금 유죄답변거래를 성사하게끔 하는 지렛대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 정부는 부티나가 체포되고 러시아 당국과의 결탁설이 흘러나왔을 당시 무고한 학생을 투옥했다며 강력히 항의한 바 있다.
부티나의 부친도 11일 러시아 언론에 딸이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 가운데 일부를 인정하는 거래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부티나의 아버지 발레리 부티나는 이날 현지 언론 RBC와의 인터뷰에서 "딸이 자신에게 제기된 여러 혐의들 가운데 필요한 등록을 하지 않고 외국대리인(foreign agent)으로 활동한 부분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에 따르면 다른 나라를 위해 활동하는 로비스트 등은 법무부에 외국대리인으로 등록하고 정기적인 활동 내역과 재정 현황 등을 보고해야 한다.
발레리는 "(일부 유죄 인정) 결정이 아무런 압력없이 내려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딸이 저지르지 않은 범법활동을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러시아 정부는 딸에게 어떤 금전적 지원도 하지 않고 있으며, 부티나가 관계를 맺었다는 토르쉰 전 부총재도 아무런 물질적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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