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법원, 자국내 도피 '먹튀' 인도 재벌에 "본국 가라"

입력 2018-12-11 12:33   수정 2018-12-11 16:07

英 법원, 자국내 도피 '먹튀' 인도 재벌에 "본국 가라"
"사취, 돈세탁 관련 증거 있다"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영국에 도피 중인 인도의 '먹튀' 재벌이 본국으로 송환될 처지에 놓였다.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치안법원은 10일 돈세탁 혐의를 받는 비자이 말리아(63) 전 인도 상원의원에 대해 본국 송환 명령을 내렸다고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현지 언론이 11일 보도했다.
에마 아버스낫 수석 치안판사는 말리아 전 의원의 송환 관련 사안에 대해 "사취 음모와 돈세탁 관련 증거가 있다"며 인도 정부의 송환 요구에 정치적 의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말리아 전 의원은 그간 인도 정부가 자신의 처벌을 사실상 결정해놓고 송환을 요구했으며 이와 관련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인도의 대표적인 재벌 가운데 한 명이다. 인도의 대표적 맥주 킹피셔를 만드는 유나이티드 브루어리(UB)의 이사회 의장으로 F1 레이싱 팀 '포스 인디아' 등을 가졌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말리아 전 의원은 자신이 설립한 킹피셔 항공이 2012년 부도나면서 900억 루피(약 1조4천억원)의 채무를 졌다.
하지만 채권은행의 강압으로 회사 채무를 연대해서 지게 됐다며 버티다가 2016년 3월 영국으로 출국했다. 곧이어 상원의원직도 내놨다.
이에 인도 사법당국은 그를 사기, 돈세탁 등 혐의로 입건했다. 그의 여권 효력을 정지하고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국내 송환을 추진해왔다.
다만 이날 영국 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말리아 전 의원의 인도 송환은 곧바로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말리아 전 의원이 고등법원 항소 등을 통해 '시간 끌기'에 나설 수 있어서다.
실제로 그는 영국에서 긴 법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법률 지원팀이 법원 결정을 검토한 후 구체적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임스오브인디아에 따르면 인도와 영국은 1993년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영국이 이를 이용해 인도에 범죄인을 넘겨준 적은 없다.
다만, 이날 법원 판결은 내년 4∼5월 총선을 앞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는 호재가 될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그간 야권은 모디 총리가 말리아 전 의원의 출국 등을 방조했다며 적극적으로 송환에 나서지 않는다고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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