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지방의회·시민단체, 지자체 몸집 불리기에 의견 엇갈려
"선택·집중 조직 비대화 경계"…관료사회 집중된 재원 배분도 관심을
(전국종합=연합뉴스) "몸집 부풀리기로 혈세만 낭비한다.", "복지 수요가 증가하면 공무원 숫자가 느는 건 당연하다."
소규모 지방자치단체의 실·국 조직 확대를 놓고 전문가, 지방의회, 시민단체 간에 의견이 엇갈린다.
공무원 증원에 반대하는 이들은 조직 규모가 행정서비스의 질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며 개편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임만재 충북 옥천군의회 의원은 최근 조직개편안을 심의하는 자리에서 "인구가 계속 줄고 서민경제도 어려운데, 공무원 자리를 대폭 늘리는 조직개편이 꼭 필요하냐"며 "늘어나는 공무원 수 만큼 한 해 20억원의 인건비 추가 지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연대 사무처장도 "시·군이 조직운영의 효율성 등을 따져보지 않고 경쟁적으로 국 설치에 나서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조직만 확대하기보다는 달라진 행정수요에 맞춰 인력을 재배치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복지 서비스 증가에 따른 공무원 증원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증원 분야를 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지훈 울산시민연대 시민감시팀장은 "지방분권이 강화되면서 지방자치단체 업무가 늘어나다 보니 담당 공무원이 느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증원 분야는 시민 삶과 밀접한 사회복지, 소방 안전 등에 국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어 "5급 이상 고위직을 늘리는 조직개편은 과연 옳은 방향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지방자치의 효율은 공무원 증원보다는 시민 참여형 거버넌스가 얼마나 작동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홍순현 중앙대 교수는 "국가가 나서서 실·국 증가에 따른 공무원 수를 규정하기보다는 지자체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지방의회 의원들이 전문성을 갖고 행정구역을 관리·감독해 공무원 조직이 방만하게 운영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조직 확대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 등이 증가하는 만큼 공무원 증원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정원식 경남대 교수는 "인구가 적고 낙후된 지역일수록 빈곤, 복지 등 문제 때문에 오히려 더 공무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인구만 보고 공무원 규모를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 국민당 공무원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많은 편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금창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주민이 공공기관을 방문해 행정서비스를 받았지만, 최근에는 공무원이 주민을 찾아가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공무원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주민의 복지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앞으로도 공무원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인구 분포와 산업, 복지·문화 등 각 지역 실정에 따라 공무원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게 행정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방무 행정안전부 자치분권제도과장은 "선진국 수준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지자체뿐 아니라 정부도 공무원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며 "주민과 밀접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와 소방, 생활 안전 분야 인력을 중점 충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해질수록 관련 보육·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증원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이다.
복지 이슈를 내세워 무조건 인원을 늘리기보다는 효율적인 조직운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지자체별로 방문 의료, 방문 행정 등 사회서비스 산업을 일자리 창출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행정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화 한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상선 충남참여자치연대 공동대표는 "공공영역에서 일자리 창출 등 명분 때문에 공무원을 늘리고 있다"며 "관료 조직을 확대한다고 해서 행정서비스의 질이 높아진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행정수요가 다원화에 맞춰 늘릴 것은 늘리고 줄일 부분은 과감히 없애는 등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관료사회에 집중된 재원을 주민 참여자치 예산으로 돌리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김동민 정경재 장영은 박병기 박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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