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규·윤리규범상 '직권남용'은 윤리심판원 회부 대상
당헌은 기소단계서 조치할 대상 '부정부패'로 제한
'연동형 비례제 원칙' 당론 삼기로…야 3당과 합의 추진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차지연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11일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재명 경기지사를 당장 징계하지는 않는 쪽으로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회의에 일부 최고위원이 불참했고, 이 지사를 윤리심판원에 회부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요구도 있는 점을 신중히 고려, 12일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이해식 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홍영표 원내대표와 설훈·김해영 최고위원이 불참했다"며 "내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견을 마저 듣고 결론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최고위원들은 회의에서 윤호중 사무총장으로부터 과거 윤리심판원 회부 사례를 보고받고, 이와 비교해 이 지사 사건의 경중이 어떠한지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위원들은 친형의 강제입원을 위한 직권남용 혐의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가운데 징계 사유가 되는 것은 직권남용 한 가지라는 데 동의했다.
민주당이 그동안 관례상 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을 윤리심판원에 넘긴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당규는 '윤리규범에 규정된 규율을 위반하는 경우' 등 8가지 징계 사유에 대해 제명, 1개월 이상 2년 이하의 자격정지, 경고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당 윤리규범은 직권남용과 이권개입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일반 국민에게는 통상적으로 제공되지 않는 혜택 등을 확보하기 위해 부당한 행동을 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이 당규와 윤리규범을 이 지사에게 엄격히 적용한다면 징계 대상이 된다.
다만 당의 헌법 격인 당헌에서 기소와 동시에 조치할 사유를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제한한 것을 고려, 기소 단계에서 곧장 윤리심판원으로 보내는 것은 지나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최고위원들은 이런 규정을 바탕으로 당의 단합이 가장 중요하다는 원칙에 공감하면서, 이 지사를 직권남용 혐의로 윤리심판원에 회부할 경우 당원 사이에 분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면밀히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는 최고위가 이 지사를 아예 윤리심판원에 회부하지 않거나 만에 하나 회부하더라도 경징계를 염두에 둘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최고위원은 "아직 징계를 결정할 때가 아니다. 최소한 1심 판결을 보고 징계 여부를 논의하자"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지사 부인에 대한 무혐의 처분 등으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고 안도하면서, 차기 대선 후보군에 드는 이 지사를 가급적 보호하되 당 안팎의 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고민하는 분위기다.
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최고위원들이 오늘 회의에서 당헌당규를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선 안 된다는 합리적인 의견을 냈다"며 "그동안의 절차에서 벗어나지 않는 쪽으로 결론 낼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 이날 회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제 개혁 방안에 대한 당의 입장을 함께 논의했다.
최고위원들은 홍영표 원내대표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이라도 민주당과 야 3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원칙으로 한다는 합의서를 쓰자"라고 제안한 취지에 공감했다.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에 원칙적으로 합의해 야 3당이 국회 농성을 중단하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선거제 개혁을 논의하도록 유도하자는 것이다.
최고위원들은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으로부터 원내지도부 차원의 논의 경과를 보고받고, 이 같은 방안에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최고위원이 '연동형'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지만, 그 역시 대야 협상의 전략상 야 3당과의 우선적 합의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음을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다음날 예정된 최고위 의결을 거친 뒤 선거제 개혁과 관련한 당론을 밝힐 방침이다.
이해찬 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대변인이 발표했듯이 내일 아침에 마무리할 것"이라며 "최고위원 중 못 오신 분들이 있어서 그분들의 의견을 좀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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