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 사고 협력업체 직원들 "3년째 인력재배치 요구했다"
(태안=연합뉴스) 조성민 기자 = "사고 위험성이 높아 수년째 인력을 증원하든가 재배치를 해달라고 회사 측에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습니다."
11일 새벽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던 20대 협력업체 직원이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은 가운데 이날 오후 충남 태안군 태안읍에 있는 장례식장을 찾은 동료들은 "회사 측에서 3년 전 현장인원을 15명에서 12명으로 줄인 뒤 사고 위험성이 상존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동료는 "석탄을 운송하는 컨베이어벨트가 길이가 수 ㎞에 달하고 속도감이 있어 야간 근무 때면 신경을 곤두세우곤 한다"며 "만약 이번 사고도 두 명이 근무했다면 사고 즉시 벨트 옆에 설치된 정지 버튼을 눌러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사고 발생 직후 현장 조사를 나온 고용노동부 보령지청 근로감독관은 2인 1조로 근무하게 돼 있는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박용훈 근로감독관은 "하도급 회사들은 수익구조가 열악하다 보니 경비 절감 차원에서 인력을 줄여 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법규 위반 여부에 중점을 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혼자 설비점검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김모(24) 씨는 군대를 제대한 뒤 계약직으로 입사해 3개월째 근무 중이었다.
김씨는 사고가 나기 열흘 전인 1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노동조합 캠페인에 참가해 작업장에서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라는 피켓을 들고 안전모와 방진마스크를 쓴 채 인증사진을 찍었다.
김씨는 피켓에서 '나는 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설비를 운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라고 적었다.
김씨가 안치된 장례식장에는 이날 오후 김씨의 사고 소식을 듣고 뒤늦게 달려온 친척들이 회사 관계자들을 붙잡고 "이제 어떻게 하느냐, 애 좀 제발 살려달라"고 울부짖어 안타까움이 더했다.
경북 구미에서 급히 올라온 김씨의 부모는 졸지에 외아들을 잃어 망연자실했으나 직장동료들로부터 김씨의 평소 생활 이야기를 들으면서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in36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