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린 폴리시 "자국민 각성시켜 정치개혁 일으킬까 두려워 해"
극단주의 이슬람단체 연루나 인종공격 등의 수법 사용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최근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무슬림 여성 하원의원이 한꺼번에 2명 당선되는 등 미국 사회에서 무슬림계 정치 샛별들이 떠오르는 것에 대해 사우디 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정부가 적대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아랍 혹은 무슬림계 배경을 가진 정치 스타들의 약진에 미국의 보수적 정치 평론가들이 의회의 "이슬람 공화국화"라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사우디 등의 조직적 공격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사우디, UAE, 그리고 이집트 등의 지배층은 무슬림계 미국 정치인들의 부상에 체제 위협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집트 언론인 올라 살렘이 11일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 매체 포린 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주장했다.
이번에 당선된 일한 오마르(37.민주)는 소말리아계, 라시다 틀레입(42.민주)은 팔레스타인계다. 여기에 비록 민주당 내 경선 관문에서부터 막히긴 했지만, 이집트계의 압둘 엘 사예드는 `최초의 무슬림 주지사'가 나오느냐는 관심을 끌면서 미시간주 지사 선거에 도전했었다.
페르시아만 국가들의 관변 학계와 언론 매체, 평론가들이 무슬림계 미국 정치인들에 가하는 공격 수법은 세계 최대 무슬림 단체로 사우디 정부 등에 적대적인 무슬림형제단의 비밀 회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사우디 국영 매체 알 아라비야는 지난 9일(현지시간) 오마르와 틀레입 둘 다 미국 의회를 통제하려는 이슬람단체들과 민주당 간 연합의 일원인 것처럼 암시하는 특집 기사를 실었다.
미국 주재 사우디 문화원 관계자는 오마르 당선 후 트위터를 통해 오마르가 "중동의 형제단으로 구현된 정치적 이슬람의 지지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엘 사예드는 올라 살렘과 인터뷰에서 이집트, 사우디, UAE 등의 정치 지배층이 무슬림계 미국 정치인들에게 위협을 느끼는 것은 우선 이들 무슬림 정치인들의 성공담이 중동지역 일반 주민들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엘 사예드, 오마르 틀레입의 성공담은 또 자국 국민들은 아직 민주주의를 할 수준이 못 된다는 이들 나라 독재자들의 논거를 깨는 것이기도 하다.
올라 살렘은 사우디 등 "이 지역의 미국 동맹국 정부들은 미국 민주당 내에서 성장하고 있는 아랍계 지도자들이 자신들 나라 내부에서 정치적 변화를 일으킬까 봐 두려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관계를 유지하는 데 수백만 달러씩을 쓰고 있는 페르시아만 국가들은 이 자금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정치 목표를 갖고 역내 사정을 잘 아는 미국의 정책수립자들의 등장에 위협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사우디에선 페르시아만 지역에 만연한 아프리카 출신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비하 심리를 활용, 소말리아계 오마르에 대해 인종 공격을 하는 수법을 쓰기도 한다.
한 사우디 작가가 오마르를 "저개발 세계 출신의 이들 하찮은 인간들"이라고 표현한 글을 트위터에 올리자 이에 부응해 인종적 공격 성격의 댓글들이 줄을 이었으며 그중에는 "노예를 살 때는 채찍도 같이 사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고 올라 살렘은 전했다.
그는 "미국의 권위주의 동맹국 정권들은 무슬림 국가들에선 독재를 하지 않으면 극단주의자들이 득세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들과 종교는 같으면서도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달리 하는 미국 정치인들의 성공은 이들의 주장이 허구임을 웅변한다"고 말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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