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민주당이 11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 도입의 기본방향에 동의한다면서 내년 1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제 개혁안에 합의하고 내년 2월 임시국회 처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거제 문제는 빼놓은 채 자유한국당과 예산안을 합의 처리한 민주당에 반발, 당 대표 단식 등 투쟁에 돌입한 야 3당을 달래고 선거제 논의를 복원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의석이 손해 볼까 봐 선거제 개편을 깔아뭉개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식시키려 선거제 개편의 구체적 일정을 제시한 것은 진일보한 것이다.
하지만 선거제 논의는 첩첩산중이다. 야 3당은 민주당 제안에 만족스럽지 않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민주당이 한국당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합의안을 우선 만들어 오라고 했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은 "민주당이 한국당을 설득, 양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원칙, 의원정수 조정 문제 등 큰 틀의 합의점을 우선 찾아오라"고 주장했다. "거대 양당의 예산안 짬짜미 처리"라는 비판의 연장선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제1, 2당이 합의해오라"고 정치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러한 절차는 생산성이나 효율성 면에서 매우 어렵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부정적이며, "선거제도는 권력 구조와 같이 논의해야 한다"며 선거제 개편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두 당이 별도 협상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합의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논의 프로세스를 두고 민주당에서는 '한국당을 제외한 4당이 선거제 개혁에 먼저 합의를 보자'는 의견도 나왔고, 바른미래당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5당 원내대표 회담을 소집해서 선거제 개편 논의에 박차를 가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의당에서는 5당 대표 회담으로 '톱다운' 방식의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정개특위 논의가 진척을 보이지 않은 데 대한 답답함의 발로이자, 정치적 출구를 찾기 위한 제안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힘들더라도 정개특위 논의에서 출발하는 것이 정도이다. 정치는 이견을 조정하고 절충점을 찾는 작업이다. 그 과정을 통해 의원정수 조정 등 국민 이해를 구하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 하루빨리 정개특위 논의가 재개돼야 한다. 12월 임시국회를 열어 연말까지이던 정개특위 활동시한도 연장해야 한다.
민주당은 내년 2월까지 선거제 개편을 마무리 짓자는 로드맵을 제시한 만큼 여당으로서 책임 있게 논의를 이끌어가야 한다. "선거제 개편을 이번에는 꼭 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를 허언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한국당도 선거제 개편에 대한 책임있는 입장을 내놓고 논의에 임해야 한다. 선거제와 권력 구조는 같이 논의해야 한다는 얘기는 교과서적으로는 틀린 말이 아니지만, 이번에 선거제 개편을 하지 말자는 얘기로 들릴 수 있다. 한국당이 참여한 11월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에서 '대표성과 비례성을 확대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협력한다'고 합의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야 3당은 하루빨리 단식농성을 중단하고 구체적 선거제 논의를 복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개특위와 이에 병행하는 정치협상을 통해 접점을 찾고 국민에게 설명하는 정치적 에너지를 모으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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