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응급실 당뇨병성 혼수 환자 3천500여명 분석결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미세먼지와 함께 주요 대기오염물질 중 하나로 꼽히는 이산화질소(NO2)가 당뇨병의 치명적 합병증인 '당뇨병성 혼수' 위험을 높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뇨병성 혼수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생길 수 있는 급성 합병증으로, 혈당이 600㎎/㎗에서부터 심한 경우 1천∼2천㎎/㎗까지 치솟기도 한다. 이 경우 환자는 기력이 약해지면서 아무것도 먹지 못해 탈수 증상이 심해지고 결국 의식을 잃게 된다. 이때 환자의 증상은 뇌졸중과 비슷하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손정우·김현미)은 2005∼2009년 당뇨병성 혼수로 서울의 병원 응급실을 찾은 환자 3천527명(평균 57세)을 분석한 결과, 생활 주변의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 등 대기오염물질이 당뇨병성 혼수 위험을 높이는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13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대한예방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최근호에 발표됐다.
대기오염이 당뇨병 발병에 관여한다는 사실은 최근 연구에서 속속 밝혀지고 있다. 미국 뉴욕대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랜싯 플래니터리 헬스'(Lancet Planetary Health) 최근호에서 당뇨병 병력이 없던 170만명을 평균 8년 이상 추적한 결과, 대기오염에 의한 당뇨병 발병률이 21%에 달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연구팀은 조사 기간에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미세먼지,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일산화탄소, 오존 등의 농도 변화가 당뇨병성 혼수에 의한 응급실 방문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
이 결과 대기오염물질 중에서도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이산화질소가 당뇨병성 혼수 발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산화질소는 그 자체로 독성을 가지지만, 햇빛과의 광화학 반응으로 미세먼지를 생성한다.
연구팀은 이산화질소 노출량을 농도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눴을 때 가장 높은 그룹의 당뇨병성 혼수 위험도가 가장 낮은 그룹보다 13%(1.13배) 더 높은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이런 연관성은 여성과 60세 이상에서 더욱 뚜렷했다.
연구팀은 장기적으로 이산화질소를 비롯한 대기오염물질의 축적이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켜 혈당 조절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봤다. 또 단기적으로는 블랙 카본(자동차 매연 등 그을음)과 질소화합물 흡입이 당뇨병 합병증 증상을 급성으로 악화시키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를 이끈 손정우 교수는 "대기오염과 당뇨병성 혼수의 연관성이 관찰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당뇨병처럼 대기오염에 취약할 수 있는 인구집단에 대해 별도의 권고사항을 마련해야 하는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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