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무원의 대통령 월급 이상 수령 금지법 시행 중지 명령
판사들 사상 첫 집단 항의…암로 "판사 고액 급여 부당"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멕시코 신임 대통령과 법원이 공무원 급여 삭감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일간 밀레니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대통령은 전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멕시코 대법원 판사들은 세상에서 가장 많은 급여를 받는 공무원이며, 이는 부당하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최근 대법원이 어떤 공직자도 대통령보다 많은 급여를 받지 못하도록 규정한 '공무원 급여에 관한 연방법'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과 함께 제기된 법 시행 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앞서 여당인 모레나(MORENA·국가재건운동)가 다수를 차지하는 연방 의회는 지난 9월 공무원 급여에 관한 연방법을 개정했다.
이 법은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자신의 급여를 전 대통령보다 60%나 적은 월 10만8천 페소(약 607만원)로 낮춘 가운데 다른 공무원의 급여가 이보다 높지 않도록 삭감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공공 부문 긴축은 멕시코에 만연한 부패와 불평등 축소를 모색하려고 암로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혁 드라이브의 핵심 정책 중 하나다.
그러나 제도혁명당(PRI)과 국민행동당(PAN) 등 보수 야당 의원들은 이 법이 적절한 법률제정 절차를 위반하고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적인 법률이라고 주장하며 대법원에 위헌법률심판과 함께 법 적용 중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연방 1심 법원 판사들과 연방 2심 법원 판사들도 이 법이 법관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출했다. 국가인권위원회(CNDH)는 개인의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법원의 집단 반발 속에 대법원은 지난 7일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 결정이 있을 때까지 이 법의 적용을 일시 중지하도록 명령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현 공무원의 급여체계가 유지되면서 월급이 60만 페소(약 3천375만원)인 대법관 등 일부 공무원이 대통령보다 많은 급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암로 대통령은 대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에 앞서 "판사들의 고액 급여는 멕시코의 부패 수준과 맞먹는 것"이라고 묘사한 바 있다. 전날 기자회견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일하게 대법원장보다 많은 급여를 받는다"고 재차 꼬집었다.
그럼에도 연방법원 판사 1천400여명은 지난 10일 암로 대통령이 추진하는 판사 급여 삭감과 사법부 개입 시도를 비난하며 사상 처음 항의 집회를 열기도 했다.
모레나 등 여권은 가처분 신청 인용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여권은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공무원은 자신의 업무에 합당한 급여를 받는다'고 규정한 헌법을 지키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며 "대법원의 현명한 위헌법률 심판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암로 대통령의 개혁 조치에 집단으로 맞서는 법원을 바라보는 국민 여론은 부정적이다. 2013년 국제투명성 감시기구의 조사 결과, 멕시코 사법부가 부패했다고 판단하는 여론 비중은 80%에 달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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