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강경 난민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극우 성향의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가 이스라엘 방문 도중 "헤즈볼라는 테러리스트"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고 있다.
12일 현지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에 따르면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이스라엘 방문 첫날인 지난 11일 레바논과 접경한 이스라엘 북부를 방문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 레바논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를 '테러리스트'라고 칭하며 비난했다.
살비니의 당시 발언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영토로 침투해 공격용 터널을 뚫었다는 설명을 이스라엘 측으로부터 들은 뒤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살비니의 이 같은 발언은 즉각 국내에서 반발을 불렀다. 특히, 그가 이끄는 극우정당 '동맹'과 손잡고 연합정부를 구성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으로부터의 비판이 거셌다.
오성운동 소속의 엘리자베타 트렌타 국방장관은 "우리 군인들이 우리의 안전을 위해 매일 목숨을 걸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며 살비니 부총리에게 신중하게 발언할 것을 촉구했다.
유엔 평화유지군의 일환으로 레바논에 파병돼 활동하고 있는 이탈리아 병력의 안위가 살비니 부총리의 사려 깊지 못한 발언으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성운동 소속의 또 다른 정치인인 마닐로 디 스테파노 외교차관은 "미묘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 채 지정학과 관련된 사안을 이야기하고, 강한 쪽의 편만 드는 것은 지역 주민들의 안녕과 평화를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살비니 부총리는 이 같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견해를 굽히지 않았다.
그는 이스라엘 방문 이틀째인 12일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을 있는 그대로 이슬람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것에 일부 사람들이 놀랐다는 기사를 읽고 의아했다"며 "상대방이 적이라는 것을 파악한 뒤에는 그들을 올바른 용어로 불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살비니는 이틀 간의 이스라엘 방문 기간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고, 현지 홀로코스트 추모 시설을 방문하는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그러나, 촉박한 일정을 이유로 팔레스타인 인사들은 만나지 않았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 역시 살비니 부총리가 적대적인 이민 정책을 펼침으로써 인종 간의 증오를 조장한다고 비판하고 있는 이탈리아 국내 유대인 공동체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를 만나 "이스라엘의 위대한 친구"라고 추켜세우는 등 극진히 대접해 국내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살비니 부총리 이전에도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등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을 최근 잇따라 초청해 만난 바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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