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으로 넘쳐나는 지구…"인류세(人類世)는 닭의 시대"

입력 2018-12-13 10:28  

닭으로 넘쳐나는 지구…"인류세(人類世)는 닭의 시대"
인류멸망 뒤 새 문명 닭 뼈 화석 보고 현 지질시대 규정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질시대로 구분할 때 현재를 충적세(沖積世) 또는 현세(現世) 대신에 '인류세(人類世·Anthropecene)'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류가 지구기후와 생태계를 변화시켜 만든 지질시대라는 것이다.
이 인류세를 규정짓는 대표적 사례가 닭이라는 학술 논문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연구팀은 12일 발행된 학술지 '영국 왕립 오픈 사이언스(Royal Society Open Science)'에 실린 논문에서 식육용 닭이 인류세의 도래를 알리는 가장 충격적인 증거일 수 있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인류의 식육 목적에 맞춰 닭의 생태를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닭은 세계적으로 약 230억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연중 어느 때건 이 정도 개체 수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류 중 두 번째로 개체 수가 많다는 쿠엘레아라는 홍엽새도 15억마리가 전부다 . 닭의 총중량은 다른 모든 조류를 합친 것보다도 많다고 한다.
지난 2014년 한 해동안 인간이 소비한 닭만 620억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돼 있다.
그러나 연구팀에 따르면 로마 시대에 살았던 닭의 조상과 현재 슈퍼마켓에서 팔리고 있는 닭은 같은 종이라고 하기가 무색할 정도로 달라져 있다.


특히 부화한 지 8~10주령으로 고기가 연하고 뼈가 완전히 굳지 않아 통닭구이로 소비되는 브로일러(broiler) 닭은 뼈 구조와 뼈의 화학적 구성성분, 유전자 등을 갖고는 닭의 조상을 찾아낼 수 없을 정도로 바뀐 것으로 연구팀은 밝혔다.
지난 70년간 저지방 단백질 수요가 급증하면서 선택적 교배가 일어난 결과로 닭은 체형도 크게 바뀌었다.
그 결과물인 브로일러는 야생에 풀어놔도 생존과 번식을 할 수 없다고 한다.
5~9주만에 적당한 크기로 자랄 수 있게 끊임없이 먹도록 만들어졌을 뿐만아니라 성장 과정에서 육질 부분만 커지면서 장기를 압박해 상당수는 오래 생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연구팀은 세계화로 닭의 모이가 세계 도처에서 조달되면서 뼈의 화학적 구성성분도 바뀌게 된 것으로 분석했다.


인류가 소비한 수십억개의 닭 뼈는 쓰레기 매립지로 향하게 되는데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화석으로 남을 수 있다.
인류가 지구온난화나 전염병, 핵전쟁 등으로 멸망한 뒤 새로운 문명이 쓰레기 매립장에서 화석화된 수많은 닭 뼈를 발견한다면 인류세를 닭의 전성시대로 분석할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영국 레스터대학 고생물자인 얀 잘라시에비츠 교수는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진화는 수백만년에 걸쳐 이뤄지는 데 불과 수십 년 만에 인류세의 상징적 종(種)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새로운 동물을 만들어냈다"면서 "세계 도처에 버려지는 수많은 닭 뼈는 미래의 지질 기록에 새로운 종류의 화석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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