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존립위기 가중…미국, 회원국들 제시한 개선안 거부

입력 2018-12-13 11:13   수정 2018-12-1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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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존립위기 가중…미국, 회원국들 제시한 개선안 거부
EU 주도 '트럼프 달래기' 시도에 美 "부족하다" 일축
美 상소기구 위원임명 거부로 내년 말 기능 마비 우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정상화를 위한 회원국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1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에서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이 제시한 개선안을 거부했다.
이들 국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WTO가 쓸모없는 조직이라고 비난함에 따라 개선안을 마련했다.
이 개선안에는 미국이 그간 문제로 삼아온 상소기구 판사들의 월권, 심리 지연 등에 대한 규정 개정이 담겼다.
이 개선안은 EU가 주도하고 호주, 캐나다, 중국, 아이슬란드, 인도, 한국, 멕시코, 뉴질랜드, 노르웨이, 싱가포르, 스위스가 지지했다.
그러나 미국은 개선안을 일축했다.
데니스 시어 미국 제네바대표부 통상담당 대사는 개선안에 미국의 불만이 어느 정도까지는 반영됐으나 자세히 읽으면 WTO 판사들의 규정 위반을 가능하게 하는 일부 규정의 변화만 추진한다는 점에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시어 대사는 "문건을 수정하는 것을 넘어 회원국들은 제기된 우려에 더 깊이 관여하고 상소기구가 멋대로 회원국 합의를 무시하는 이유를 생각하며 WTO 체계가 명문화한 규정을 반드시 준수하게 할 최선의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2001년 가입 때 약속한 대로 자국 경제를 개방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며 WTO 무용론을 주장해왔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에 따라 WTO 상소기구 위원들의 신규 임명을 차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상소기구 위원 7명 가운데 3명밖에 남지 않았고, 내년 말까지 보이콧이 계속되면 이 기구는 판결에 필요한 3명을 채우지 못해 기능이 마비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WTO의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탈퇴까지 불사하겠다는 협박까지 되풀이하고 있다.
WTO 회원국들은 위원들이 월권을 행사하고 사건을 너무 오래 지연한다는 등 일부 불만에는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회원국들은 상소기구 위원의 임명을 막는 전략은 국제법의 한 축을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마르크 반휴켈렌 EU 대사는 "상소기구의 계속된 공백 사태가 전체 WTO 체계에 위협이 된다는 점이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WTO는 국제 통상질서의 틀이자 분쟁의 중재자로 기능해왔음에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격화 속에서는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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