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미국 의회가 닭싸움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전격 처리함으로써 푸에르토리코 등 일부 미국령 주민들이 충격에 빠졌다고 AP 통신이 12일(현지시간) 전했다.
푸에르토리코와 버진아일랜드 등 미국령 지역의 닭싸움 업자들은 식민지시대 때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온 닭싸움 사업으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법안이 시행되면 지역 경제가 망가질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닭싸움이 산업으로 자리 잡은 푸에르토리코의 경우 매년 1천800만 달러(202억2천만원 상당) 수익이 발생하고 있으며 종사자만 2만7천명에 달한다.
푸에르토리코 중부 도시 바야몬에서 닭싸움으로 돈을 벌고 있는 앙헬 오르티스(86)는 "모두가 법안 통과 소식을 듣고 미쳐 날뛰고 있다"며 "닭싸움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들은 절망적"이라고 주장했다.
푸에르토리코 정부 관계자들은 워싱턴DC를 방문해 법안 적용 대상에서 푸에르토리코를 빼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닭싸움 금지가 12년째 경제가 침체 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실업자를 양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너무 늦었고 허사로 끝났다.
의원들이 갑작스럽게 투표를 진행해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이미 상원에서도 처리됐다.
관련 법은 1년 내 시행될 전망이다.
푸에르토리코 공공문제장관 라몬 로사를로는 "닭싸움 산업은 푸에르토리코 문화와 경제의 중심"이라며 "수천 가구의 생계가 달린 문제"라고 주장했다.
버진아일랜드 의원 스테이시 플라스켓은 "법안 반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푸에르토리코 닭싸움 산업은 1770년 공식 인정됐다.
하지만 미국이 1898년 푸에르토리코를 침입한 이후 금지됐다.
2010년 10월 푸에르토리코 의원들은 닭싸움 산업 보호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가 문화유산으로 섬 풍속이라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닭싸움이 문화유산이라는 주장은 잘못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제동물보호단체 PETA 관계자는 "이 법안은 너무 늦게 통과됐다"며 "동물들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 사람이 미국 영토에서 닭싸움이 합법화돼 있다는 것을 알고 충격에 빠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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