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연구원 설문조사 교직원·학생 4명 중 1명 '그렇다'
"교사와 학생간 성 인권 의식 차이도…성 감수성 높여야"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교사가 수업시간에 졸거나 잠자는 학생을 흔들어 깨우는 것도 성적으로 부적절한 접촉이라고 봐야 할까?
13일 경기도교육연구원이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과 공동으로 마련한 정책토론회에서 발표된 '학교 성 인권 실태와 향후 과제' 연구결과를 보면 학생과 교직원 4명 중 1명꼴로 이 같은 행위를 '성적 괴롭힘'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교육연구원 진숙경 연구위원은 지난 9월 도내 204개 초중고교 학생 838명과 교직원 681명을 대상으로 '성 인권 실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였다.
이 조사에서 학생과 교직원 응답자 24.8%는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잠자는 학생의 몸을 만지며 흔들어 깨우는 것도 성적 괴롭힘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매우 그렇다 포함, 이하 동일)'라고 답했다.
특히 이같은 인식은 학생(20.7%)보다 교직원(29.9%)이 더 컸다.
도교육연구원은 질문에 교사와 학생의 성별을 구분해 묻지는 않았지만, 응답자들이 대체로 이성 교사가 깨우는 상황을 가정해 답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친구나 주변 사람의 성적인 매력을 칭찬(섹시하다는 등)하는 것도 성적 괴롭힘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각각 교직원 73%, 학생 54.6%가 '그렇다'라고 답해 두 그룹 간 차이를 보였다.
'수업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선생님이 하는 약간의 성적 농담도 성적 괴롭힘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교직원 84%가 '그렇다'라고 했지만, 학생은 56.5%에 그쳐 교직원과 학생의 성 인권 의식이 뚜렷하게 구별됐다.
이런 의식 차이는 성 역할 고정관념을 묻는 항목에서도 두드러졌다.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더 많이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학생은 3.4%만이 '그렇다'고 응답했지만, 교직원은 2배가 넘는 8.3%가 '그렇다'고 했다.
'여자는 외모가, 남자는 능력(경제, 학력 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한 학생은 4.7%였지만 교직원은 9.6%였다.
이밖에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학생과 교직원들의 성폭력 피해 경험과 대응, 학교의 성 인권교육 현황을 전반적으로 물었다.
그 결과 한 번이라도 성 인권 피해(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를 경험한 학생은 36.9%, 교직원은 16%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절반 이상(55%)의 학생은 피해를 경험하고도 그냥 넘어갔으며 그 이유로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서(53.2%)'를 꼽았다.
또 학생의 성폭력 피해 경험 후 학교의 대응으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39.8%)'는 답변이 많았으며, 학생 대다수는 성 인권 관련 고충 처리 창구가 있는지도 모르는 것으로 조사돼 학교의 적극적인 성폭력 예방과 사후관리가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 연구위원은 "학교 내 성 인권 의식이 교사와 관리자 간, 교사와 학생 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성 인권 감수성을 학교 구성원이 함께 높여갈 수 있도록 소통과 교육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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