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토' 유태오 "같은 이방인…빅토르 최 감성 이해할 수 있어"

입력 2018-12-13 19:53  

'레토' 유태오 "같은 이방인…빅토르 최 감성 이해할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한국인의 유전자를 가지고 유럽에서 활동한 아티스트는 저하고 빅토르 최 두 사람밖에 없는 것 같아요. 같은 이방인으로서 그가 느꼈을 공허함과 외로움은 아마 저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러시아 록 음악의 선구자로 꼽히는 빅토르 최의 삶과 음악을 다룬 영화 '레토'가 다음 달 3일 개봉한다. 빅토르 최를 연기한 배우 유태오를 13일 용산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유태오는 독일에서 태어난 한국인이다. 그의 부모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였다. 빅토르 최와는 '이방인 예술가'라는 공통점을 공유하는 셈이다.
"빅토르 최와는 문화적 배경이 비슷할 것으로 생각했어요. 저와 감수성이 비슷할 테고 저만 그를 이해할 수 있겠다는 개똥철학을 가지고 연기했죠."



그는 '레토'의 오디션 소식을 듣고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직접 노래 부르는 모습을 찍은 오디션 영상을 제작했다. 그 결과 2천 대 1 경쟁을 뚫고 빅토르 최 역에 캐스팅됐다.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님은 세 가지를 봤다고 해요. 한국 사람이고 어려 보일 것.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배우를 원했는데 운이 좋게 제가 조건이 맞았던 거죠."
빅토르 최 역을 맡은 것은 기뻤지만 촬영 전까지 준비해야 할 것이 한둘이 아녔다. 러시아어는 독어와도 전혀 달랐다. 캐스팅 후 촬영에 들어가기 전 3주간 러시아어 대사를 음절 단위로 쪼개 입에 붙을 때까지 반복 학습했다고 한다.
물론 속성으로 익힌 러시아어로는 한계가 있었다. 러시아에서도 개봉하는 만큼 러시아 관객이 듣기에 어색하지 않으려면 목소리 대역을 쓸 수밖에 없었다.



"대역을 쓰더라도 입 모양에 맞춰서 목소리를 입히려면 입술은 맞춰야 했어요. 그것만 해도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촬영 현장 특유의 분위기는 러시아라고 다르지 않았다. 덕분에 상대 배우·스태프와 어렵지 않게 어울릴 수 있었다고 한다.
"촬영 현장은 참 묘한 것 같아요. 한국이든 러시아든, 미국이든 다 비슷해요. 다 똑같이 시간에 쫓기고, 투자를 받아야 하고, 싸우다가도 금방 친해지고…. 어디나 그런 것 같아요.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었어요."
'레토'는 지난 5월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공식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유태오도 주연 배우로서 칸의 레드 카펫을 밟았다. 15년 무명의 설움을 씻은 쾌거였다. 하지만 칸 초청을 받았을 때보다 국내 개봉을 앞둔 지금이 더 긴장된다고 한다.



"해외에서 제작한 영화에 한국 사람이 주인공이 돼서 칸영화제 경쟁부문까지 간 적은 없었잖아요. 개인적으로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꼈어요. 그런데 솔직히 칸에 갔을 때보다 지금이 더 긴장돼요. 해외 평과 국내 평은 다르잖아요. 관객 반응은 또 다른 거고요. 국내 관객도 반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레토'를 시작으로 전계수 감독의 영화 '버티고', SBS 드라마 '배가본드',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에 잇따라 캐스팅되며 활발한 활동을 예고한다.
"감독은 지휘자고 배우는 악기라고 생각해요. 감독이 원하는 감성을 이해하고 그 소리를 내는 것이 배우가 할 일이죠. 항상 그것만 생각해요. 제 인생 숙제인 셈이죠. 숙제를 잘 해서 관객에게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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