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 '하바롭스크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전' 명령에 서명
"극동 지역 군사방어 거점 블라디보스토크 강화 위한 것" 분석도
(서울·모스크바=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극동 지역의 행정중심지를 현재의 하바롭스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변경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러시아 극동 지역을 관할하는 '극동연방관구'의 중심도시를 내륙의 하바롭스크에서 동해에 면해있는 블라디보스토크로 변경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크렘린궁 공보실과 NHK 방송 등이 전했다.
이에 따라 현재 하바롭스크에 있는 극동연방관구 행정청인 대통령 전권대표부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전할 예정이다.
다른 일부 행정·사법 관청들도 새 중심지로 이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은 대통령행정실장(비서실장)에게 행정 중심지 이전에 따른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라고 지시했다.
'연방관구' 제도는 푸틴 대통령이 처음 집권한 지난 2000년 광활한 러시아 지방에 대한 중앙정부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했다.
러시아 전역을 7개 연방관구로 나누고 각 관구에 대통령 전권대표를 파견해 지방 정부의 행정을 감시토록 했다.
2010년에는 남부 연방관구에서 북(北)캅카스 연방관구가 새로 분리돼 관구가 모두 8개로 늘어났다.
이번에 행정중심지 개편이 이루어진 극동연방관구엔 부랴티야 공화국, 야쿠티야 공화국, 자바이칼주, 캄차카주, 연해주, 하바롭스크주, 아무르주, 마가단주, 사할린주, 유대인자치주, 추코트카주 등이 포함된다.
러시아의 극동연방관구 행정 중심도시 변경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인구 약 60만명으로 항공기로 2시간 남짓에 한국, 일본 등을 오갈 수 있고 항구와 철도 등도 정비돼 있어 일본 자동차 메이커 등의 외국기업도 진출해 있다.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를 아시아·태평양 진출의 중심지로 삼기 위해 대규모 인프라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2012년에는 러시아에서는 처음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했으며, 2015년부터는 매년 이곳에서 아시아 각국 정상과 경제계 대표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회의인 '동방경제포럼'을 여는 등 투자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0월 초 임명된 올레크 코줴먀코 연해주 주지사 대행은 임명된 뒤 곧바로 극동연방관구 행정청을 하바롭스크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전하자고 제안했다.
사할린주 주지사를 지낸 코줴먀코는 오는 16일 실시될 연해주 주지사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다.
NHK는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의 제재가 강화되자 아시아 지역 중시정책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번 조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의 관계강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러시아의 극동연방관구 행정중심지 이전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지리적, 정치·경제적 요소를 반영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현지 정치지리학자인 드미트리 오레슈킨은 일간 노바야가제타에 "행정 중심지 이전은 태평양 지역 문제와 관련한 푸틴 대통령의 큰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지역에선 군비 증강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이 빠르게 발전하고, 미국도 (이 지역 진출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으며, 북한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블라디보스토크는 극동의 (군사) 방어 거점"이라고 상기시켰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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