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사기 선거법 처벌 판례", "사기범 실제 영향력 없어 공천헌금 성립 안 돼"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실제 권력자에게 금품을 건넨 것이 아니라 사기를 당했는데 공직선거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을까.
검찰이 6·13 지방선거 사범 공소시효 만료일인 13일 윤장현 전 광주시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과 윤장현 전 시장은 그동안 윤 전 시장이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사기범 김모(49)씨에게 보낸 4억5천만원을 '공천헌금' 성격으로 볼 것인지를 두고 팽팽히 맞서왔다.
검찰은 실질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끼쳤는지와 상관없이 김씨가 지방선거 공천에 대해 기대감을 주고 금품을 받은 행위와 윤 전 시장이 당내 공천을 앞둔 시기에 돈을 건넨 행위 모두 처벌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김씨 자녀들의 채용 청탁에 대해서도 공천을 4개월가량 앞두고 적극적으로 청탁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누구든지 정당 후보 추천과 관련해 금품이나 이익을 제공 또는 제공을 약속해서는 안 된다'는 공직선거법 47조의2 조항을 근거로 삼았다.
실제 공천 능력이 없었음에도 유죄가 확정된 판례도 있다.
'라디오21' 편성본부장이던 양경숙씨는 2013년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후보 공천과 관련해 40억원을 받고 사기를 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사기)로 징역 3년을 확정받았다.
재판부는 양씨가 박지원 의원을 사칭한 문자메시지를 보내 공천권이 있는 것처럼 속인 점을 사기죄 등이 된다고 판단했고 양씨에게 공천을 부탁하고 돈을 건넨 이들에게도 유죄를 선고했다.
당시 검찰은 양씨가 공천을 확정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음에도 출마 희망자들을 속여 공직선거법과 사기 범죄에 모두 해당해 '상상적 경합범'이라고 기소했고 법원도 이를 유죄로 인정했다.
반면 윤 전 시장은 "공천 과정이 전 대통령 부인의 영향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란 것은 정치에 조금만 관심을 갖고 있다면 누구나 아는 일"이라며 사기에 속아 선의로 돈을 빌려준 것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채용 청탁 자체의 위법성은 인정하고 반성하지만 이 역시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란 말에 속아 도와주려 한 것이지 공천을 바라고 한 행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양씨 사건의 경우 애초부터 당선이나 공천을 조건으로 돈을 주고받았고 양씨가 실제 선거 홍보 일을 했기 때문에 이번 사건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반박한다.
윤 전 시장은 결백을 주장하는 근거로 대출을 받아 본인 명의로 계좌이체 한 점, 지인에게 빌린 돈 역시 제 3자를 통해 은밀히 전달하지 않고 비서에게 은행에 가 송금하도록 한 점 등을 강조했다.
또한 '당 대표, 대통령에게 말을 해놓았다'는 사기범의 메시지를 받고도 단 한 차례도 '제가 기대해도 되겠습니까'라는 취지의 답을 한 적이 없었다는 점, 몇 개월만 빌려달라는 말에 곤란한 처지인 줄 알고 도왔을 뿐이라는 점도 공천과 무관함을 확인하는 대목이다고 말한다.
윤 전 시장은 공천과 전혀 무관함에도 검찰이 전체 맥락을 살피지 않고 일부 내용과 김씨 진술을 바탕으로 짜 맞추기식 수사를 한다며 진술 조서 날인을 거부하고 별도로 의견서를 제출하기로 한 상태다.
법조계에서는 사기범 김씨가 실제로는 공천에 행사할 수 없는 '불능범' 성격을 띠고 있어 공천헌금 개념이 성립하지 않고 선거범죄로도 볼 수 없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불능범은 마약인 줄 알고 밀가루를 먹은 경우처럼 범죄 결과가 발생할 수 없는 경우에 성립하는 개념으로 이번 사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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