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회에 좀 더 집중하겠다" 발언에 수뇌부까지 나서 설득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유럽 출신 세계 정상급 프로 골프 선수들은 대개 유럽프로골프투어와 미국프로골프(PGA)투어를 병행한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저스틴 로즈, 토미 플리트우드, 폴 케이시, 이언 폴터(이하 잉글랜드),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 헨리크 스텐손, 알렉스 노렌(이상 스웨덴) 등은 시즌 내내 대서양을 수시로 건넌다.
양쪽 투어 병행이라지만 실상은 PGA투어가 주 무대다. 매킬로이나 스텐손, 폴터, 케이시 등은 아예 집이 미국에 있다.
양대 투어라고 하지만 PGA투어와 상금 규모에서는 상대가 되지 않는 유럽프로골프투어는 정상급 선수들의 미국 진출을 막을 길은 없다.
유럽프로골프투어로서는 가능하면 이들 정상급 선수들이 유럽 대회에 자주 출전해주길 바랄 뿐이다.
최근 매킬로이가 "내년에는 미국 대회에 좀 더 집중하겠다"고 말하자 유럽 투어 수뇌부가 발칵 뒤집혔다.
매킬로이는 두바이에서 열린 유럽투어 DP 월드투어챔피언십 도중 "(출전 대회가 모자라)유럽투어 카드를 잃어도 큰일이 아니다"라면서 내년에 유럽투어 대회 출전을 줄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매킬로이는 2016년 2승 이후 PGA투어에서 딱 한 번 우승했다. 특히 2014년 PGA챔피언십 제패 이후 4년 동안 우승을 보태지 못해 메이저대회 우승 횟수는 4승에 묶여 있다.
메이저대회에서만 14차례 우승한 타이거 우즈(미국)에 까마득히 모자랄 뿐 아니라 메이저대회 3승씩을 올린 조던 스피스, 브룩스 켑카(이상 미국) 등에게도 추월당할 위기다.
특히 마스터스만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하는 매킬로이는 "마스터스 우승을 위해서라도 미국에서 주로 뛰겠다"는 생각이다.
매킬로이가 유럽투어 출전을 줄이겠다고 공언하면서 유럽투어 선수 사이에 잠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라이더컵 단장을 역임했고 매킬로이와 가까운 폴 맥긴리(북아일랜드)는 스카이스포츠 기고문을 통해 "투어 카드를 잃어도 좋다는 생각은 썩 바람직한 게 아니다"라고 매킬로이를 비난했다.
그러나 매킬로이는 "맥긴리는 유럽투어 이사회의 일원이다. 자신이 가진 걸 지키려는 건 당연하다. 그를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메이저대회 우승"이라고 일축했다.
리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로즈는 "매킬로이는 원하는 곳에서 경기할 권리가 있다"면서 "더구나 신혼인데 아내와 신혼살림을 차린 미국에서 경기하고 싶어하는 건 이해해야 한다"고 매킬로이를 두둔했다.
매킬로이의 결심을 전해들은 유럽투어 키스 필리 사무총장은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고향 북아일랜드에 머물던 매킬로이를 찾아갔다.
유럽투어 시상식 때도 필리 사무총장은 매킬로이를 따로 만났다.
필리 사무총장은 매킬로이에게 유럽투어 대회 출전 횟수를 가능하면 줄이지 않도록 설득에 나선 것이다.
매킬로이는 필리 사무총장에게 메이저대회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대회 이외에 유럽투어 대회에 4차례 출전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4개 메이저대회와 연간 3차례 열리는 WGC 대회는 PGA투어와 유럽투어 공동 주관이다. 여기에 4개 대회를 더하면 매킬로이는 유럽투어 대회에서 모두 11차례 출전하는 셈이다.
투어 카드를 유지하는데 최소한의 경기 출장이다. 매킬로이는 올해 유럽투어 대회에 13차례 출전했다.
결국 출전 대회를 고작 2개 줄인다는 계산이다.
매킬로이는 2015년과 2017년에는 유럽투어에 12차례 출전했을 뿐이다.
필리 사무총장은 안도했다는 후문이다.
매킬로이가 출전할 유럽투어 대회가 4개로 알려지면서 어떤 대회가 낙점을 받을지가 새로운 관심사로 등장했다.
매킬로이의 출전이 확정된 대회는 현재 오메가 유러피언 마스터스 하나뿐이다.
매킬로이는 디오픈 직전에 열리는 스코티시 오픈이나 홈 코스에서 치르는 아이리시 오픈 둘 중의 하나는 출전한다는 복안이다.
매킬로이를 출전시키려는 유럽투어 대회 관계자들의 눈치 보기가 치열해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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