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이 제주 예멘인 2명을 난민으로 인정했다. 후티 반군 등을 비판하는 기사를 써 박해당할 위험이 큰 언론인 출신이라고 한다. 이전에도 예멘인을 포함해 각국 출신 난민이 인정됐지만, 올 상반기 무더기로 제주에 온 예멘인 484명 중 첫 난민 인정사례다. 우리 난민 정책이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
예멘 난민 인정이 '다름'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제노포비아(이방인 혐오)가 사라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난민은 테러리스트나 잠재적 범죄자'라는 식의 선동은 멈춰야 한다. 지구촌 시민으로서 인도적 연민을 느끼면서도 정작 이웃 삼기를 꺼리는 것은 옳지 않다. 동시에, 난민에 대한 반감이 혐오 때문만은 아니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명만 난민으로 인정되자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히 적용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난민이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거나,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도 현실이다. 정책 당국은 그런 우려의 근거가 있는지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
우리가 1992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한 후 2012년 제정한 난민법 개정에 정부와 국회가 지혜를 모을 때다. 불법 체류자가 국내 체류 기간을 연장하거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지 않게 손질하는 것이 필수다. 중대 법질서 위반 때는 난민 자격을 박탈하고 국외 추방이나 본국 강제송환도 가능한 근거를 명문화해야 한다. 불복 절차까지 2∼3년이나 걸리는 심사 기간을 단축할 인력 확충도 필요하다. 무사증 지역인 제주도의 경우 난민 신청자 및 불법 체류자 증가에 대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보완책도 추가해야 한다.
난민 및 인도적 체류 허가자, 이주민, 국제 결혼자 등이 늘어나는 다문화 사회에 맞는 통합정책도 속도를 내야 한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05년 74만명에서 2017년 218만명, 전체인구의 4.2% 가 됐다. 이주 배경이 있는 아동·청소년이 2015년 기준 20만명을 넘었다는 통계도 있다. 난민 신청자도 2008년 364명에서 2017년 7천542명으로 늘었다. 난민으로 인정받은 경우는 2008년 36명, 2017년 98명 등 신청자 대비 약 4% 정도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우리 경제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 직업 교육, 우리 사회의 법질서를 존중하도록 돕는 통합 교육이 절실하다.
난민 문제는 인도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일자리나 안전, 국경 관리, 나아가서는 미래 사회 구성원의 변화와도 직결되는 복잡한 문제다. 슬기롭게 균형을 잡지 않으면 국민 사이에 큰 불만이 생길 수 있다. 2005년부터 독일을 이끈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퇴장은 이민자·난민 수용정책에 대한 불만 여론도 큰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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