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반도체 경기 둔화해도 급락은 아닐 듯"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설비투자는 줄고 수출 단가가 하락하며 반도체 경기를 둘러싼 시장의 우려가 점증하는 모양새다.
최근 반도체에 기댄 성장세를 계속해온 한국 경제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용 기계 수입물량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5∼9월 연속 마이너스였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수입은 반도체 설비투자의 가늠자로 볼 수 있다. 수입물량 감소는 반도체 설비투자가 줄어들고 있음을 시사하는 셈이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수입물량 증가율은 관련 투자가 활발하던 작년 5월 413.2%로 정점을 찍고 쪼그라들다가 최근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수입물량이 5개월 이상 연속으로 감소하기는 2015년 10월∼2016년 7월 이후 처음이다.
10월에는 수입물량이 1년 전보다 0.6% 늘었긴 했지만 '찔끔' 증가인 탓에 추세가 이어진다고 장담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반도체 수출물가도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D램 반도체 수출물가는 전월 대비 2.0% 하락했다.
D램은 국내 반도체 업계의 주력 상품이다.
2016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D램 주도의 호황 국면을 맞으며 한국 반도체 업계는 물론 경제 성장률도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8월 0.1% 하락한 데 이어 11월까지 D램 수출물가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이는 2016년 8월 이후 최장 기간 연속 하락 행진이다.
반도체 경기 둔화는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요인이다.
3분기 한국 경제 성장률은 전기 대비 0.6%였는데, 반도체를 포함한 정보통신산업의 기여도는 0.8%포인트에 달했다.
반도체 수출 비중은 1∼10월 기준으로 21.2%나 된다.
바클레이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반도체 사이클 약세가 가시화하며 한국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며 "주요 반도체 기업이 2018년 실투자를 25% 줄이는 등 보수적 기조가 뚜렷함을 고려할 때 내년에도 설비투자의 유의미한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HSBC도 내년 중반까지 반도체 설비투자가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생산 증가세가 제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반도체 경기가 조정 국면을 맞아 꺾이긴 해도 급락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HSBC는 "데이터 센터 수요자들은 내년 중반 이후 하드웨어 수요를 늘릴 여지가 있으며 컴퓨터 제조업에서 내년 3분기 새로운 중앙처리장치(CPU)를 도입하기 이전에 재고 축적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경기 전망을 두고 "작년, 금년과 같은 붐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냐는 전망엔 대부분 일치하는 듯하다"면서도 "조심스럽기는 하나 반도체 경기가 우려할 만큼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많은 것 같다. 수요는 견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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