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결과로 본 학교현장 '민낯'…시험오류·학생부 정정 '빈번'

입력 2018-12-17 15:39  

감사결과로 본 학교현장 '민낯'…시험오류·학생부 정정 '빈번'
시험 본 뒤 채점 기준 바꾸고…전년도 기출문제 반복출제
학생 불우이웃 성금 사적유용…골프회원권 사 손해 보기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17일 서울시교육청이 공개한 초중고 감사결과에는 주먹구구식 행정이 횡행하고 부정으로 얼룩진 학교현장의 민낯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서울 강북구 신일고등학교는 2015년부터 올해 6월까지 중간·기말고사 문제에서 출제나 표기 오류 건수, 모두 또는 복수정답을 인정한 건수가 모두 합쳐 126건에 달했다.
이 학교는 정답을 바로잡으면서 의무사항인 교과협의회·학업성적관리위원회 심의를 받지 않거나 둘 중에 하나만 거치기도 했다.
신일고는 기출문제를 다시 출제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중랑구 혜원여고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총 44건의 정기고사 정답정정을 했다.
또 같은 기간에 224개 과목에 걸쳐 서술·논술형 채점 기준을 시험을 치른 뒤에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
대성고는 병 때문에 결석을 하는 '병결'로 시험을 치르지 못하면 석차백분율 기준 '80% 인정점'을 부여해야 한다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병결한 학생을 공결(출석한 것으로 인정하는 결석)로 처리해 '100% 인정점'을 준 사실이 적발됐다. 인정점 부여 시 학업성적관리위를 거치지 않은 때도 있었다.
지난해 강동구 한영외고는 2016학년도 1학기 정기고사 때 한 과목에서 직전 학년도에 냈던 문제를 똑같이 낸 사실이 확인됐다. 기출문제 반복출제는 강서구 명덕외고에서도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이 작년 벌인 '생활기록부 관리실태' 특정감사에서도 허술한 관리 체계가 드러났다.
은평구 예일여고는 180여건의 학교생활기록부 정정 사안을 담임교사부터 교장까지 이어지는 '4단 결재'가 아닌 교감 전결·대결로 처리한 점을 지적받았다.
예일여고는 교무·학사업무를 담당하지 않아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NEIS) 입력 권한이 필요 없는 교사 5명에게 권한을 주기도 했다. 특히 권한이 불필요했던 교사 중 한 명은 자녀가 재학 중이었다.
예일여고와 함께 교육청 특정감사를 받은 10개 공·사립고 모두 봉사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에게도 봉사시간을 기록해주는 등 학생부 기재·관리에 부적정한 점이 발견됐다.


강남구 휘문고는 신규교사 채용 시 일단 채용공고를 낸 뒤 채용계획을 수립했다가 지적받았다. 서류평가 시 '건학이념에 부합되는 지원자'라는 객관적 평가가 불가능한 기준을 적용한 점도 문제가 됐다. 건학이념에 맞지 않는다며 최종합격자를 채용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휘문고에서는 한 교사가 학생들이 낸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개인 통장에 넣어두거나 현금으로 가지고 있으면서 개인용도로 사용한 일이 들통나기도 했다.
서초구 서문여고와 서문여중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성산학원은 다른 학교법인과 빌딩 한 곳을 공동으로 임대 운영하면서 세입자에게 받은 보증금으로 골프회원권 3개를 사서 법인 관계자의 개인용도로 썼다. 골프회원권 시세 하락 등으로 법인이 입은 피해는 5억5천만원에 달했다.
성산학원은 수익사업체 운영으로 충분한 수입을 거두면서도 법인이 서문여고 운영을 위해 부담해야 하는 법정부담금을 27~30%밖에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 법정부담금을 내지 않아 발생한 부족분은 교육청이 '재정결함보조금' 명목으로 메꿔주기 때문에 결국 혈세가 투입되는 사안이다.
jylee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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