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CFO 체포 후 중·캐나다 갈등 고조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이달 1일 캐나다가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을 체포한 후 중국과 캐나다의 갈등이 고조하고 있다.
대만 자유시보 등 중화권 매체는 17일 캐나다 정부가 왕이(王毅·65)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의 부인 첸웨이(錢韋)의 비자발급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매체는 왕이 외교부장 일가가 캐나다에 호화주택 2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앞으로 중국의 많은 '훙얼다이'(紅二代·중국 공산당 혁명원로 자녀)가 서방 선진국 정보기관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서방 5개국 정보기관으로 이뤄진 '파이브 아이즈'(five eyes)가 이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면서 훙얼다이가 이들 국가에 진입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나아가 중국 훙얼다이가 이들 국가에 보유한 재산을 보전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 매체는 왕이 부장도 훙얼다이로 상징되는 중국의 고위 기득권층에 속한다고 전했다.
왕이가 외교부 부장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외교관 출신인 그의 장인 첸자둥(錢嘉東)의 도움이 컸다는 얘기다.
왕이는 대학 졸업 후 첸자둥의 도움으로 중국 외교부 아주국에서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으며, 이후 19년 동안 고속 승진을 거듭해 48세에 중국 외교부 역사상 최연소 부부장(차관급)에 올랐다.
이어 2013년 외교부 부장으로 승진했으며, 올해 3월 외교부장직을 유지하면서 국무위원으로 승격했다.
왕이 부장은 지난 2016년 캐나다 외무장관과 회견 후 캐나다 기자의 질문에 "당신이 중국을 아느냐. 중국의 인권을 가장 잘 이해하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바로 중국인이다"고 호통친 일화로 유명하다.
한편 왕이 부장의 부인이 비자발급을 거부당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중국과 캐나다의 긴장 고조를 드러내는 사건으로 여겨진다.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의 딸인 멍 부회장은 지난 1일 캐나다에서 체포됐다가 12일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풀려났다. 멍 부회장 체포는 그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고 보는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이후 캐나다는 대북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 등 2명의 캐나다인이 중국 당국에 의해 체포됐고, 의류업체 '캐나다 구스'(CANADA GOOSE)가 중국에서 불매 운동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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