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고용중개업체 노동자 임금차별 금지…근무 첫날 노동자 권리 고지
위반시 고용심판원 최대 부과 벌금 5천→2만 파운드로 상향조정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정부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긱 경제)와 '제로-아워 계약'(zero-hours contracts) 노동자 보호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법 시행에 들어갔다.
'긱 경제'는 우버나 딜리버루와 같이 기업과 노동자가 고용 계약이 아닌 서비스 제공 계약 형태를 맺고 일하는 것을 말한다.
'제로 아워 계약'은 고용인이 필요할 때 근로를 요청하는 형태다. 주당 최저 노동시간을 보장하지 않아 피고용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고용계약이다.
영국에서는 제로 아워 고용계약을 포함해 약 110만명이 '긱 경제'에서 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7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은 노동 현장에서의 관행을 개혁하는 내용의 새 법안을 이날부터 시행한다.
새 법안은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고문이었던 매슈 테일러가 고용현장에서의 업무관행에 관해 작성한 검토 보고서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정부는 테일러가 제시한 53개의 개선 권고사항 중 51개를 법안에 반영했다.
새 법안은 '긱 경제'와 '제로 아워 계약' 종사자, 고용중개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권리를 대폭 강화했다.
우선 고용주가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고용중개업체 소속 노동자에게 더 적은 임금을 주는 것을 금지했다.
노동자들은 또 고용 첫날 유급 휴가, 병가 휴가 관련 규정 등 노동자의 권리와 관련한 내용을 '쉬운 말'로 풀어쓴 안내서를 제공받게 된다.
노동자를 괴롭히거나 악의적인 행위를 한 경우 고용심판원에서 부과할 수 있는 최대 벌금을 5천 파운드(한화 약 710만원)에서 2만 파운드(약 2천900만원)로 상향조정했다.
12주가 아니라 52주를 토대로 유급휴가를 계산, 농장 노동자 등 계절에 따라 일하는 노동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했다.
다만 그동안 노동계에서 요구해 온 '제로 아워 계약' 근절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제로 아워 계약'을 전면 금지할 경우 이로 인해 혜택을 받는 이보다 더 많은 이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우버와 같은 플랫폼에 기반한 노동이 회사와 노동자 모두에게 융통성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그레그 클라크 기업부 장관은 "오늘 대폭 개선한 노동자의 권리가 열심히 일한 이들에 보상을 제공하고, 좋은 고용주들을 칭찬하며, 영국의 생산성과 수익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동시장 구축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