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약·분유·밀가루 등 14건 반출…"9월 평양선언 이후 본격화"
국제기구 통한 800만달러 정부 인도지원은 아직도 집행안돼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올해 11월까지 남측의 인도지원 민간단체들이 총 47억원 상당의 결핵약·분유·밀가루 등 지원 물자를 북측에 반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이 기간) 인도지원 단체의 북측 접촉신고 54건을 수리했고 6개 단체가 14건을 반출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들은 모두 북측으로 실제 물자 반출이 이뤄진 건으로, 분배 모니터링에 대해서도 "모니터링 합의여부, 시행여부를 면밀히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측 인도지원 민간단체가 북측에 밀가루를 반출한 것은 지난 2016년 초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를 연이어 한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등으로 올해 상반기부터 남북관계가 개선 흐름을 탔지만, 북측은 한동안 남측 민간단체들과의 협의에 적극 임하지 않다가 올해 여름께부터 다소 태도를 바꾼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인도지원이 그동안 중단됐다가 사실상 금년도 하반기 들어 본격 시작됐다"며 "특히 (9월) 평양공동선언 이후 본격화됐다"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에 북측에서도 민간교류와 관련한 체계를 내부적으로 정비해온 것으로 보인다"며 "민간 차원에서 (북측과의) 합의, 활동, 협력이 하반기 들어 좀더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의 강력한 대북제재로 인도적 지원 물자의 경우에도 품목에 따라 제재 면제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북한에서 다제내성결핵(MDR-TB·중증결핵) 치료사업을 하는 민간단체 유진벨재단은 최근 안보리 산하 1718위원회(대북제재위원회)로부터 결핵 환자용 조립식 병동 부품 등 대북 지원물자에 대한 제재면제를 받은 바 있다. 해당 물자의 반출은 아직 이뤄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민간단체들이 제재면제 신청을 하고자 할 경우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지원할지에 대한 내부절차를 만들어서 단체들에게 안내했다"며 "그런 절차에 따라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 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결정한지도 1년이 넘었지만, 이는 아직 집행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21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고 유니세프와 WFP(세계식량계획)의 북한 모자보건·영양지원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에서 800만 달러를 공여하는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작년에 결정한 800만불 공여 관련해서는 아직도 제반상황을 보아가면서 검토한다는 기본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답보하고 제재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실제 공여가 이뤄질 경우 비칠 메시지 등을 정부가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이산가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회담과 관련해서는 "(금강산) 면회소 복구, 화상상봉 영상편지 교환의 방법과 시기, 기술적 준비 문제 등 여러가지를 남북간 논의해야 하는데 그런부분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합의가 덜 돼서 회담을 아직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은 지난 10월 15일 고위급회담에서 11월 중 적십자회담 개최에 합의했지만 지켜지지 못했다.
이 당국자는 "면회소 복구 등이 제재와 무관하지 않다"며 "전반적으로 남북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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