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방판사, 플린에게 "역겨움 숨기지 않겠다…매우 심각한 범죄"
'특검 협조' 주문하면서 선고 연기…백악관 "플린 행동과 트럼프는 무관"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16년 대선 캠프와 러시아 간 유착 의혹과 관련해 기소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법정에서 '혼쭐'이 났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재판장인 에밋 설리번 판사는 플린 전 보좌관을 준엄하게 꾸짖으면서 당초 예정됐던 1심 선고를 연기했다고 AP·AFP·블룸버그통신 등이 전했다.
설리번 판사는 NSC 보좌관이었던 플린이 러시아 관계자와 접촉한 데 대해선 거의 매국 행위라며 "나라를 팔아먹은 것과 다름없다(Arguably, you sold your country out)"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당신의 범죄에 대한 나의 역겨움과 경멸을 숨기지 않겠다"고 말했다.
플린이 연방수사국(FBI)에 거짓 진술한 혐의에 대해선 "정부 고위 관리가 백악관에 적(籍)을 두는 동안에도 연방 요원들에게 거짓 진술을 한 것은 매우 심각한 범죄 행위"라고 비난했다.
재판장은 플린의 러시아 측 접촉과 관련, 반역죄로 기소할 수 있는지 검찰에 묻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백악관에 있는 동안에도 이 깃발(성조기)이 상징하는 모든 것의 기반을 무너뜨렸다"며 그가 미등록 외국 요원처럼 활동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이 반역죄를 범했다고 믿을만한 이유가 없다"고 답했고, 설리번 판사도 플린의 범죄가 반드시 반역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라며 한 발 물러섰다.
정장에 넥타이 차림으로 출석한 플린은 공판 내내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차분하게 진술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유죄를 인정하고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 수사에 협력해온 플린은 이번 공판에서도 "FBI에 거짓말하는 것이 범죄라는 걸 알고 있었다"며 혐의를 시인했다.
설리번 판사는 이날로 예정됐던 플린에 대한 선고를 연기하고 내년 3월 13일 심리를 재개하기로 했다.
그는 "특검 수사에 대한 협조가 마무리될 때까지 선고하지 않겠다"며 특검팀이 플린의 수사 협조에 대한 상황 보고서를 내년 심리 기일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선고 연기는 변호인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재판장은 "플린이 국가에 봉사했고 수사에 협조한 것을 고려하겠지만, 선고 형량을 악화시키는 요소들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선고 시 수사에 협력한 공로를 인정받기 위해 플린이 계속 특검에 협조할 수 있는지 플린 측에 물었고, 변호인은 선고 연기를 요구했다.
결국 재판장은 내년 3월까지 수사 경과를 지켜본 뒤 추후 일정을 잡기로 했다.
플린이 징역형을 피하려면 남은 기간 특검 수사에 계속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전망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육군 중장 출신인 플린은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NSC 보좌관을 지냈고 러시아 측과의 접촉 사실에 관해 연방수사국(FBI)에 거짓말한 혐의로 특검에 의해 기소됐다.
플린은 2016년 12월 NSC 보좌관 내정자 신분으로 세르게이 키슬라크 당시 주미 러시아 대사와 접촉해 오바마 행정부가 가한 대(對) 러시아 제재 해제를 논의한 사실이 들통나 취임 24일 만에 낙마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2017년 1월 FBI 조사를 받을 때 러시아 제재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거짓말했다고 특검에 실토했다. FBI 수사에 이어 2017년 5월 출범한 특검은 그를 기소했다.
플린은 기소 후 특검에 협력했고 특검은 플린이 수사에서 "상당한 도움을 제공했다"고 밝히면서 그에게 실형 선고를 하지 말아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신 인사가 유죄를 인정한 것은 지금까지 플린 전 보좌관이 유일하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선캠프 고위 참모를 지낸 플린은 당시 '힐러리를 감옥으로'(Lock her up)라는 공격적인 캠페인을 주도했는데, 이날 법정 앞에서는 시위대가 '플린을 감옥으로'(Lock him up)라는 구호를 외쳤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뮬러 특검 수사를 '마녀 사냥'이라고 비판하면서 재판을 앞둔 플린 전 보좌관에게 "행운을 빈다"는 트윗을 올렸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기자들로부터 플린 전 보좌관에 관한 질문을 받자 "그가 그런 짓을 저질렀을지 모르지만, 대통령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샌더스 대변인은 FBI가 플린 전 보좌관을 조사할 때 "덫을 놨다"고도 주장했다.
이날 공판 전 트럼프 대통령이 "플린에게 행운을 빈다"는 트윗을 올린 데 대해선 "대통령이 법원 결정을 기다리는 동안 누군가에 대해 긍정적인 코멘트를 한 것은 지극히 용인할 만한 일"이라고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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