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시인 정지용 해외 문학 행사 전면 중단 위기

입력 2018-12-19 09:09  

'향수' 시인 정지용 해외 문학 행사 전면 중단 위기
"효과 입증 안 된다" 옥천군의회, 내년 행사비 전액 삭감
옥천문화원 "세계화 찬물…국제적 망신 자초" 강력 반발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중국과 일본에서 '향수'의 시인 정지용(鄭芝溶·1902∼1950)을 기리기 위해 여는 문학 행사가 전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이 행사를 개최하는 옥천문화원이 옥천군에 요청한 내년 행사비가 군의회 심의과정에서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지역 문화계는 "정지용 문학 세계화 전략이 위기에 놓였다"고 반발하고 있다.
19일 옥천문화원에 따르면 군의회는 지난 14일 내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중국 항저우 지용제 행사비 2천500만원과 일본 교토 정지용 문학포럼 행사비 1천7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들 행사의 효과가 입증되지 않고, 행사에 참석하는 방문단 구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삭감을 주도한 A의원은 "중국 지용제의 경우 개최지가 옌볜에서 항저우로 바뀌면서 전통성이 사라지는 등 사업 전반을 점검할 때도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문화원과 지역 문학계는 "두 행사가 서서히 자리 잡아가는 마당에 군의회가 찬물을 끼얹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8일 군의회를 항의 방문한 데 이어 김재종 옥천군수를 찾아 행사의 맥을 잇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승룡 문화원장은 "중국 지용제는 한중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항저우 사범대학으로 무대를 옮겨 외형을 키우는 중이고, 일본 문학포럼도 한글 콘테스트 등을 통해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설명해 공감을 구했는데, 뒤통수 맞은 기분"이라고 당혹감을 드러냈다.

이어 "군의 예산 지원이 끊기면 충북문화재단이 주는 사업비(900만원)도 배정받지 못하게 돼 국제적 신뢰가 무너지는 등 망신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군의회는 내년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행사비를 되살릴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김외식 의장은 "의회 안에도 두 행사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과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의견이 맞선다"며 "그동안의 성과와 향후 계획 등을 꼼꼼히 따져본 뒤 추경을 통해 다시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옥천은 정지용의 고향이다. 옥천읍 하계리에 그의 생가와 문학관이 있고, 매년 5월 이곳에서 열리는 지용제는 올해 충북도 최우수 축제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유망축제가 됐다.
옥천문화원은 1997년부터 중국에서 지용제를 열고, 그가 대학 시절을 보낸 일본에서 문학포럼을 개최하면서 정지용 문학 세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의 모교인 일본 도시샤 대학에는 2005년 시비도 세웠다.
bgi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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