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났다상류 공단 줄기는커녕 2배가량↑…화학물질 공포도↑
수계법 있으나 마나…물 이용분담금제도 개선 목소리
오거돈 시장 "물 문제 해결 원년으로"…산적한 과제 풀어낼지 주목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2019년은 낙동강 물을 살리는 원년으로 만들겠습니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지난해 11월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주재한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오 시장은 이날 조 장관에게 "부산지역 물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아느냐. 부산시민들은 그야말로 폭발 직전에 있다"는 작심 발언을 하며 이런 계획을 밝혔다.
부산시는 올해 '물 정책국'을 출범시키고 시민들의 숙원인 맑은 물 확보를 위한 노력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9월에는 부산지역 환경·시민단체가 '부산 맑은 물 범시민대책위원회'를 발족하며 이를 뒷받침하고 나섰다.

◇ "낙동강 하류 주민 절규"
1991년 3월 경북 구미에서 페놀 원액 30만t이 낙동강으로 유출되는 사고가 났다.
두산그룹 산하 두산전자에서 페놀 원액 저장 탱크 관리 부실로 인해 발생한 사고로 보고된 것만 1만3천475건의 피해가 발생한 재앙이었다.
이로 인해 두산그룹 박용곤 회장이 물러나고 환경처 장관이 경질됐으며, 공무원과 업체 관계자 13명이 구속된 전례 없는 환경사고였다.
이 사고는 낙동강 물을 먹는 물로 이용하는 부산시민들에게는 잊히지 않는 사건이다.
낙동강 상류 오염 문제는 510㎞ 낙동강 최남단에 있는 부산시민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다.
하지만 최근 30년간 낙동강에서 크고 작은 오염사고가 7건이나 발생했다.
시민들은 그때마다 불안에 떨어야 했다.
정부는 낙동강 수질 개선을 위해 2002년 '낙동강수계법'을 제정하고 시행했다.
상수원 인근을 '수변구역'으로 지정해 오염원이 들어올 수 없도록 보호하고, 오염총량제를 도입해 오염물질을 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이다.
또 주민들에게 '물이용부담금'을 걷어 수질 관리에 이용하도록 하고 규정하고 있다.

◇ 현행 수계법 '낙제점'…"개선 효과 없다"
하지만 낙동강수계법 제정 16년이 지난 지금 낙동강 수질은 향상됐을까.
부산 환경단체들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2001년 이후 낙동강 수계에 있는 공단은 오히려 2배 넘게 늘었다.
2001년 강원·경남·경북·대구·울산 지역 중 낙동강 수계에 위치한 공단은 102개였지만 지난해 기준 264개로 늘어났다.
공장 개수로 치면 2001년 8천917개에서 17만7천156개로 대폭 증가했다.
상류 공장 증설로 낙동강 화학적 오염도를 나타내는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매년 악화하고 있다.
2002년 5.8ppm, 2003년 5.1ppm 수준이던 COD는 2016년 6.3ppm, 2017년 6.2ppm으로 증가했다.

박종열 부산시 수자원관리과 팀장은 "산업단지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은 10만 종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관리가 되고 확인 가능한 것은 1~5% 미만으로 '빙산의 일각'"이라면서 "상류에 공단이 많아지는 것은 그만큼 부산시민 건강에 어떤 위해를 끼칠지 모르는 위험 변수가 많이 늘어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류 공장에서 방류하는 특정 유해물질 방류량은 1일 105만6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가운데 59%는 하수처리장이나 폐수처리장을 거치지만 나머지는 하천에 직접 방류된다.
현행 낙동강수계법 오염물질을 총량제로 관리하는 데 문제는 그동안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 기준은 없었다는 점이다.
낙동강수계법은 생활폐수에 대한 기준인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을 기준으로만 오염 총량을 관리해 왔다.
최대현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사무처장은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가 없으니 상류에 공단이 늘어만 나는 것"이라면서 "산업 폐수에 대해 관리를 총괄하는 '총유기 탄소'(TOC) 측정법 등을 조속히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부산 현실과 동떨어진 '수계법' 개정해야
기존 수계법은 부산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은 댐에서 먹는 물을 취수하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식수원의 90% 이상을 낙동강 본류 표층수(메리·물금 취수장)를 끌어와 사용한다.
하지만 수계법은 '댐' 지역만을 '수변구역'으로 지정하고 오염 시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관리한다.
그렇다 보니 낙동강 본류인 구미, 대구지역 공단에는 수변구역 규제를 받는 시설이 없어 공단 진입을 막지 못했다.

부산지역 환경단체 한 관계자는 "수변구역 지정 외에도 본류의 오염도가 일정 이상(BOD 기준 2ppm)일 경우 시도지사가 상수원 보호구역을 지정할 수도 있다고 법률에 나와 있지만, 상류 지역 자치단체장이 부산시민을 위해 자기 지역 공장을 규제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있으나 마나 한 제도를 규정해놓은 '깡통 법률'"이라고 설명했다.
물 문제 해결을 위한 낙동강 수계주민들이 부담하는 '물 이용분담금'도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이용부담금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2조8천447억원이 걷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부산시민이 부담한 금액은 수계 지자체 중 가장 많은 24.1%(6천862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물이용부담금은 환경기초시설을 설치하는데 59.8%가 쓰이고, 상수원 주변 토지를 매입하는데 16.1%가 쓰였다.
김 팀장은 "상수원 주변 토지매입 사업은 사실상 효과 거의 없다"면서 "이미 규제를 통해 오염원이 들어설 수 없는 땅을 왜 매입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인접 공장을 모두 매수해 환경 벨트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매수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방식도 아니어서 매입 효과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6년 동안 매입 규모를 봤을 때 상수원 주변 토지를 모두 매입하는 데 모두 845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이런 불필요한 작업보다 수계기금을 지자체들이 새로운 취수원을 찾는데 지원하는 게 더 합리적이고 맞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물이용부담금이 '오염자 부담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소남 먹는물부산시민네트워크 대표는 "환경 정책 기본 원칙인 오염자 부담원칙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사람이 오염방지 조치를 이행하고 야기된 피해를 보상하도록 하는데 부산시민들은 오염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데도 물 이용 부담금을 가장 많이 내고 있다"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조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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