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낙동강 물 문제](하) 32년 닫힌 하굿둑 2월 시범 개방한다

입력 2019-01-03 07:07   수정 2019-01-03 09:24

[2019 낙동강 물 문제](하) 32년 닫힌 하굿둑 2월 시범 개방한다
완전 개방 전 실증 연구, 하류 10㎞ 생태계 복원 목표
담수 피해 양식어민, 염수 피해 농민들은 반대…넘어야 할 과제 산적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32년간 닫혀 있던 낙동강 하굿둑을 개방하기 위한 절차가 올해 본격화한다.
우선 올해 2월 낙동강 하굿둑 첫 시범 개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완전 개방을 위한 실증 연구 차원에서 시범 개방하는 것으로 그동안 홍수 조절을 위해 낙동강 수문을 연 경우를 제외하고는 첫 개방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환경부와 부산시는 부분 개방을 통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이나 파급효과를 진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하굿둑이 개방으로 피해를 보게 될 농·어민 반발이 여전한 상황이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 생태계 보물창고 '기수(汽水)' 회복
낙동강 하굿둑 개방은 1987년 하굿둑 설립으로 단절된 바닷물과 강물을 만나게 해 생태계 보물창고 '기수(汽水)' 지역을 회복하는 것이 목표다.
기수 지역은 독특한 생태지형으로 다양한 염생식물이 자라고, 개펄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명체가 터전을 이루는 곳이다.
하굿둑 개방문제는 5개 기관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다.
부산시, 환경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한국수자원공사가 논의 주체다.
녹조 심화와 생태계 파괴 원흉으로 지목되는 '낙동강 보' 개방문제는 하굿둑 개방논의와 큰 줄기는 같지만, 환경부 자체 논의 사안이고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시설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부산시는 2025년 이후 하굿둑 10개 수문을 완전히 개방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내세운다.
환경부와 부산시 등 관계기관은 2016년 말부터 3년간 일정으로 하굿둑 개방을 위한 실증 연구 용역에 들어갔다.
앞서 부산시가 단독으로 두 차례에 걸쳐 하굿둑 개방 관련 용역을 진행해 이번 정부 합동 용역은 '3차 용역'이라고 불린다.
3차 용역은 앞서 두 번의 용역과 비교할 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앞서 용역은 하굿둑 개방 이후 상황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한 데 반해 이번 3차 용역은 실제로 하굿둑 문을 일부 개방해 관찰하기 때문이다.

3차 용역은 크게 2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는 앞서 두 용역을 되짚어 보고 점검하는 작업으로 지난해 11월 완료됐다.
2단계는 '실증작업'으로 올해 2월 이후부터 하굿둑 수문을 열고 직접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계획이다.
부산시 한 관계자는 "낙동강 수위 조절을 위해 하굿둑을 개방하는 것 외에는 처음으로 개방이 진행되는 것"이라면서 "어떤 방식으로, 어떤 시기에 수문을 열었을 때 염분이 상류 몇 ㎞까지 거슬러 올라가는지 기초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해결할 과제도 많다"
하지만 완전 개방까지는 예상되는 반발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은 상황이다.
하굿둑이 개방되면 당장 하굿둑 인근 바다에서 양식장을 하던 어민들이 피해를 받게 된다.
민물 유입으로 염분 농도가 떨어지면 양식장에 있던 생물 생육에 지장을 받는다.
2월 예정된 하굿둑 시범 개방도 당초에는 지난해 10월에 계획됐지만, 양식장 어민들 반대로 한차례 미뤄진 상황이다.
부산시 한 관계자는 "김 양식 어민들이 생육에 방해받을 것을 우려해 시기를 조율, 올해 2월 이후로 개방 시기를 늦춘 것"이라고 밝혔다.

하굿둑이 개방하면 염분이 올라와 피해를 보게 되는 농민 반발도 거세다.
낙동강 주변 농민은 1만8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부산시는 집계하고 있다.
이들은 하굿둑 개방에 반대하며 2016년 서명운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부산 농민연대 한 관계자는 "토마토와 대파 등 일부 내염(耐鹽) 능력이 있는 작물을 제외하고는 시설채소나 벼농사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면서 "염분이 들어온 '염자리'에서 자란 작물은 수확량이 3분의 1로 대폭 줄고 상품 가치도 거의 없어져 농민들은 거리로 나앉으라는 소리"라고 반발했다.
대체 식수원 마련도 완전 개방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난제다.
부산시민이 먹는 물 90%가량을 취수하는 물금, 메리 취수장은 하굿둑을 개방했을 때 염분 침습이 가능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부산시는 "2025년 전까지는 개방 속도를 조절해 하류 10㎞ 구간만 기수역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하굿둑 위 26㎞ 지점에 있는 두 취수장은 염분의 영향을 당장 받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완전 개방이 이뤄지면 취수장까지도 염분 피해가 예측되는 상황이라 대안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 "낙동강 하굿둑은…"
낙동강 하굿둑은 1987년 부산 사하구와 강서구를 잇는 길이 2천400m, 높이 18.7m 구조물로 만들어졌다.
1천573억원이라는 당시로는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됐다.
하굿둑은 낙동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역에 만들어져 염분이 낙동강으로 올라오는 것을 막아 김해평야(낙동강 수계 4만㏊)의 안정적인 식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하고 낙동강 수위를 높여 각종 용수를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에 낙동강 하구 양안을 메워 산업단지를 조성하려는 부대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하굿둑 설립 이후 생태계 파괴가 가속화됐다.
하굿둑 설립 전 '동양 최대 철새도래지'로 불렸던 낙동강 하구는 철새 개체 감소로 명성을 잃은 지 오래다.
환경단체는 기수 생태계에서 자라는 생물 60여 종을 모니터링한 결과 절반가량이 없어졌다며 심각한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고 있다.
강바닥은 산소가 줄어 바닥 어종들이 살기 어려워졌고 낙동강 하구 어민들의 주 어업이던 통발 어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rea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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