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직접 키운 돼지 최고가 76만원에 낙찰

입력 2018-12-19 18:02  

어린이들이 직접 키운 돼지 최고가 76만원에 낙찰
홍성 결성초 학생들, 방과 후 수업서 기른 돼지 경매에 부쳐


(홍성=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돼지 안 팔 거예요. 제가 집으로 데려가고 싶어요."
19일 오후 충남 홍성군 결성면 복지회관에서는 이색적인 경매가 진행됐다.
일반 축산농가의 농민이 아닌 어린이 사양가(돼지를 전문적으로 기르는 사람)들이 키운 돼지들이 경매에 올라온 것이다.
전국 최대 축산단지인 홍성 결성초등학교에 다니는 4∼6학년 학생 8명은 이날 자신들이 직접 4개월 동안 키운 돼지 8마리를 경매에 내놨다.
돼지를 경매 현장에 직접 데리고 나온 것은 아니고 사진으로 대신했다.
이들은 지난 9월 방과 후 수업의 하나로 개설된 '돼지와 경제' 수업을 들으며 방목 농장에서 돼지에게 사료도 주고 분뇨도 치우며 사육을 체험했다.
4개월령의 '버크셔' 돼지들은 어느새 무럭무럭 자라 8개월령이 됐고 무게도 120㎏에 이르렀다.
어린이들은 자신들이 키운 돼지의 이름과 무게, 사육 방법, 질병 유무 등을 전국에서 모인 백화점 바이어와 고급 레스토랑 셰프 등에게 프레젠테이션하며 판매에 열을 올렸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정육점을 운영하는 게 꿈이라는 이현우(12) 군은 "안아주고 밥도 주면서 애지중지 키웠는데 돼지 시세가 떨어질까 봐 걱정된다"면서도 "이제 돼지 성별도 구분할 수 있고 종류도 어느 정도 알게 됐다"며 뿌듯해했다.

박준범(13) 군은 "키우면서 돼지가 의외로 깨끗한 동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만져보면서 신나기도 했는데 정이 들어서 아팠을 때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팠을 때 항생제 등 약을 먹이지는 않았느냐'는 중도매인의 '날카로운' 질문에도 박 군은 당황하지 않고 "잘 먹였더니 자연적으로 금세 치유됐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들은 1천800여㎡에 달하는 농장에서 돼지를 방목하며 맘껏 뛰놀 수 있도록 했으며, 깨끗한 지하수를 먹였고, 살아있는 동안 행복하도록 많이 쓰다듬어 줬다며 전력을 다해 홍보했다.
호가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 경매에서 이들 돼지의 최저가는 64만원, 최고가는 76만원에 낙찰됐다.

처음에 돼지를 안 팔았으면 좋겠다던 박민지(12) 양은 자신이 키운 암퇘지가 74만원의 고가에 낙찰되자 "안 팔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정말 다행"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날 경매를 끝으로 한 학기 동안 진행됐던 '돼지와 경제' 수업이 끝났다.
수업을 기획한 이도헌 성우농업 대표는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돼지 사료를 사기 위해 노동하고, 스스로 손익계산을 하면서 경제관념을 익힐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수의사, 사육 영양 전문가까지 마을 주민들이 돌아가면서 교사로 참여해 주신 덕분에 수업이 결실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경매 수익금은 아이들이 돼지와 사료 등을 사느라 대출했던 가상화폐를 갚고 남는 것은 장학금으로 쓰인다.
이 대표는 "다음 학기에는 생산자 중심의 미각 교육을 통해 돼지의 사육 방식에 따라 어떻게 고기 맛이 달라지는지 등을 알아보고, 환경을 생각하는 분뇨 처리 방식을 연구하는 등 돼지를 이용한 다양한 수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jyo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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