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우리가 용균이가 될게요"…故 김용균 '추모 행동의 날'

입력 2018-12-19 20:13   수정 2018-12-20 19:32

"어머니, 우리가 용균이가 될게요"…故 김용균 '추모 행동의 날'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어머니, 우리가 용균이가 될게요."
19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한손에 흰 국화꽃을 든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태안 화력발전소 9·10호기에서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용균(24) 씨를 추모하는 시민들이었다.
노동자 권익단체인 청년전태일은 이날 김용균 씨의 분향소가 마련된 광화문광장에서 '너는 나다'를 주제로 '추모 행동의 날'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추모객 300여명은 "너는 나다 우리는 모두 김용균", "더는 청년노동자를 죽이지 마라",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왜 죽어야 합니까" 등의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추모행사에 참석했다.
김용균 씨의 직장동료들도 추모행사에 함께했다.
마이크를 잡은 김용균 씨의 한 직장동료는 "누구보다 성실했던 용균이를 이렇게 보내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열악한 환경에서도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 용균이의 눈빛이 생각나 가슴 아프고 미안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늘 겸손하고 부모님을 걱정하고 미래를 부지런하게 준비했던 용균이를 이제는 볼 수 없다"며 흐느꼈다.
그는 또 "지금도 용균이의 동료들은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며 "지금 당장 '죽음의 외주화'를 멈춰야 한다. 외주화가 멈추지 않는다면 용균이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씨는 발언을 마친 아들의 동료를 한참 동안 껴안으며 위로해다.
이어 발언에 나선 김미숙 씨는 "이렇게 많이 분들이 아들을 생각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씨는 "오늘도 위험한 작업현장에서 용균이의 동료들이 일하고 있다. 용균이 동료들을 살리고 싶다"며 "사고가 난 9·10호기가 아닌 1∼8호기도 가동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 "말로 다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다른 부모들은 겪지 않기를 바란다"며 "돈만을 추구하지 말고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분향소를 방문한 대학생 임산희(21) 씨는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이 죽었고 똑같은 유형의 산업재해가 반복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뭔가 세상에 변화를 촉구하고 싶어 추모행사에 나왔다"고 말했다.
추모행사를 마친 추모객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 앞까지 행진하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1994년생으로 9월 17일 한국발전기술의 컨베이어 운전원으로 입사한 김용균 씨는 이달 11일 오전 1시께 설비 점검 도중 기계 장치에 몸이 끼어 목숨을 잃었다.
유가족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 공개한 김씨의 유품에는 끼니를 때우기 위해 준비해뒀던 컵라면과 고장 난 손전등 등이 포함돼 있었다.
kih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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