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실태조사 결과 공개…'단위 기간 확대 필요' 응답은 3.5%에 그쳐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탄력근로제를 활용 중인 사업체 4곳 중 1곳은 현행 탄력근로제로 주 52시간제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본다는 고용노동부 실태조사결과가 나왔다.
20일 노동부가 공개한 '탄력근로제 활용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국내 사업체 24.3%는 '현행 제도로는 노동시간 단축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실태조사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이 노동부 의뢰로 지난 10∼11월 수행한 것으로, 상용직 5인 이상 사업체 2천436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사업체 노무 담당자에 대한 설문조사를 주로 했고 노동자 인터뷰도 병행했다. 업종과 규모별 표본 등을 고려한 가중치가 적용됐다.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논의' 사회적 대화 기구 출범 / 연합뉴스 (Yonhapnews)
탄력근로제는 일정 단위 기간 중 일이 많은 주의 노동시간을 늘리고 다른 주의 노동시간을 줄여 평균치를 법정 한도 내로 맞추는 것이다. 정부는 경영계 요구에 따라 현행법상 최장 3개월인 단위 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등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번 실태조사 대상 사업체 중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곳은 138곳이었다. 탄력근로제 도입 비율은 3.2%로, 노동자 수를 기준으로 하면 4.3%였다.
현행 탄력근로제의 개선이 필요한 점에 대해서는 '노동시간 사전 특정 요건 완화'라는 응답(1순위와 2순위 응답의 합산)이 24.6%로 가장 많았고 '임금 보전 의무 완화'가 19.5%로 뒤를 이었다. '단위 기간 확대'는 3.5%로 가장 적었다.
노동시간 사전 특정 요건 완화 응답이 많은 것은 단위 기간의 노동시간을 한 번 정하면 바꾸기 어렵다는 것으로, 제도의 경직성을 완화해야 한다는 경영계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요구가 예상과는 달리 적은 점도 주목된다.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논의가 단위 기간 확대 여부에 쏠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태조사를 수행한 김승택 노동연구원 박사는 "탄력근로제는 갑자기 수요가 생길 때 대응하는 방안인데 많은 사업체는 자기 사업의 특성에 맞는지에 대한 확신이 아직 없고 자세한 정보도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주 52시간제 적용 대상인 300인 이상 사업체의 경우 탄력근로제의 개선이 필요한 점으로 단위 기간 확대를 지목한 비율이 17.6%로, 300인 미만 사업체(3.0%)보다 높았다.
그러나 300인 이상 사업체도 탄력근로제를 개선할 항목으로 노동시간 사전 특정 요건 완화(38.1%)를 가장 많이 꼽았고, 임금 보전 국가 지원(25.8%)이나 노동시간 상한 확대(18.8%)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업체 가운데 건설, 전기·가스·수도, 제조 업종은 주 52시간 초과 노동이 3개월 이상 계속된다는 점을 이유로 제시했다고 노동연구원은 설명했다.
탄력근로제가 임금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는 노동계 우려와는 달리, 탄력근로제 도입 이후 임금 감소가 없었다는 응답이 94.2%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임금 보전 조치를 했다는 응답은 6.6%였다. 탄력근로제 도입 이후 연장근로시간에도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도 81.5%에 달했다.
탄력근로제를 활용 중인 사업체 중 단위 기간이 3개월인 곳은 34.9%로 가장 많았다. 이어 2주 이하(28.9%), 2주∼1개월 미만(21.5%), 1개월∼3개월 미만(14.7%) 순이었다.
탄력근로제 도입 이유를 묻자 '물량 변동 대응'(46.7%)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여가 생활 등 노동자 요청'(37.8%), 주 52시간제 대응(25.9%), 인건비 절감(25.0%) 등의 답변도 있었다.
노동연구원은 "제조업, 전기·가스·수도, 운수업의 경우 물량 변동 대응, 도·소매 및 교육서비스업은 인건비 절감, 건설업은 신규 채용 최소화, 숙박·음식업은 노동시간 단축 대응이 주된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승택 박사는 노동자가 요청한 경우에 대해 "육아를 해야 하는 노동자가 언제 일을 많이 하고 적게 할지 조정해 탄력근로제로 했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탄력근로제를 도입하지 않은 사업체는 그 이유로 '연장근로가 필요 없는 사업 특성'을 꼽은 곳이 60.9%로 가장 많았다. '복잡한 제도'라고 답한 곳도 19.8%에 달했다.
탄력근로제를 활용 중인 사업체 가운데 도입 시점이 올해인 곳은 32.4%였다. 2015∼2017년인 곳이 39.0%로 가장 많았고 2014년 이전인 곳은 24.7%였다.
김 박사는 탄력근로제에 관해 "광범위하게 쓰이지 않더라도 필요한 기업에 도움을 주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며 "만병통치약처럼 얘기하거나 모든 기업에 악영향을 줄 것처럼 말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이날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노동시간 제도 개선위원회 첫 회의에서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ljglor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