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서 보수당 대표 메이-노동당 대표 코빈 격렬 설전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멍청한 여자(stupid woman)? 멍청한 사람들(stupid people)?'
브렉시트(Brexit) 합의안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영국 의회가 야당 대표의 발언을 놓고 또다시 논란에 빠졌다.
19일(현지시간) 공영 BBC 방송 등에 따르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오후 하원에서 열린 '총리 질의응답'(Prime Minister's Questions)에 참석했다.
이날 질의응답 역시 브렉시트 합의안을 둘러싼 논쟁에 집중됐다.
특히 집권 보수당 대표인 메이 총리와 제1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가 격렬한 설전을 이어갔다.
사건은 총리 질의응답이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 발생했다.
코빈 대표는 메이 총리가 지난 11일 예정됐던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투표를 1월 셋째주로 연기한 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자 메이 총리는 코빈 대표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하겠다고 공언한 것과 달리 구속력이 없는 총리 불신임안을 상정한 것을 지적했다.
메이 총리는 "크리스마스 시즌이자 팬터마임(pantomime·무언극) 시즌이다"면서 "그(코빈 대표)는 불신임투표를 상정하려고 하는가?"라고 말하자 보수당 평의원들이 일제히 "아니, 그는 그러지 못할 것"이라며 맞장구쳤다.
그러면서 메이 총리는 코빈 대표에게 "충고 하나 하겠다. 당신 뒤(노동당 의원들)를 봐라. 그들은 물론 이 나라 역시 (당신에게) 감명받지 못했다"고 조롱했다.
이때 코빈 대표가 화가 난 모습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러자 보수당 의원들은 일제히 코빈 대표가 메이 총리를 향해 '멍청한 여자'라고 말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보수당 의원들은 '수치스럽다', '부끄럽다'며 코빈 대표를 비난하면서 사과를 요구했다.
메이 총리 역시 "여성 참정권 100주년을 맞은 우리 의회는 여성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독려해야 하며 부적절한 말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존 버커우 하원의장이 화면 등을 통해 확인했지만 코빈 대표가 '멍청한 여성'이라고 말했다는 점을 확신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코빈 대표는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국가 위기에 대한 토론을 '팬터마임'으로 바꿔놓으려는 이들을 '멍청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총리는 물론 누구에게도 '멍청한 여성'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면서 "나는 어떤 형태의 성차별적이거나 여성 혐오적인 발언에도 전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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