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내 소설, 빛을 향하니 어둡지 않아"

입력 2018-12-20 10:21  

한강 "내 소설, 빛을 향하니 어둡지 않아"
단행본 재출간 기념 낭독회 진행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어둡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 이제 상처가 되려고 해요.(웃음) 어둡지 않습니다. 빛을 향해가고 있으니 어두운 소설을 썼다고 생각 안해요."
한강 작가는 19일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에서 진행한 낭독회에서 이같이 본인 소설에 대한 자기 감상을 밝혔다.
한강은 '여수의 사랑'·'내 여자의 열매'·'노랑무늬영원' 단행본 세 권을 최근 표지를 바꾸는 등 리뉴얼해 문학과지성사에서 재발간했다.
한강은 이번 단행본 재출간을 기념해 작은 서점들을 순회하며 낭독회를 진행했다.
작은 공간에서 열리다 처음으로 큰 공간에서 진행한 이날 낭독회에는 독자 200명가량이 참석해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한강은 사회를 맡은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와 함께 각 책 일부를 낭독하고 질의응답을 했다.
한강은 이번 리뉴얼에 대해 "노랑무늬영원의 표지를 저작권 문제로 사용할 수 없게 돼 새로운 표지를 만들어야 했다"며 "어떤 표지의 느낌이 연속되면 좋을까 고민하던 차에 이정진 사진작가의 도록을 보고 너무 좋아 이를 표지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여수의 사랑'은 한강이 20대였던 1995년 출간됐다.
그는 "어린 친구가 왜 이런 걸 썼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돌이키며 웃음을 터뜨렸다.
"어리면 더 캄캄하고, 더 갈피를 잡을 수 없어 더 많이 흔들리게 되는 것 같아요. 제 소설, 어둡다는 얘기 너무 많이 들었는데 그렇지 않아요. 빛을 향하고 있으니 어둡지 않습니다."
한강은 예전에 쓴 소설들을 읽으면 낯설고 멀게 느껴질 줄 알았는데 읽다 보니 의외로 자신의 글이 많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돌아봤다.
비슷한 질문을 계속 반추하고 있고, 물론 달라지고 있지만 사람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구나, 그렇게 느꼈다는 것이다.
그는 "글을 쓰는 것이 나를 치유하고 있다고 느끼지는 않지만, 아주 조금 더 강하게 만들어줄 수는 있는 것 같다"고 담담히 말했다.
한강 소설을 읽다 보면 눈앞에 겨울이 떠오른다.
그는 광주에서 처음 상경한 9살 겨울, 엄청난 추위를 느끼며 그 감각이 자신에게 새겨졌다고 고백한다.
추위가 인간이 연약하고 체온을 가진 존재라는 것, 즉 살아있다는 것을 더 강렬하게 체험하게 하는 감각이니 겨울이 오면 더 생생하게 살아난다는 것이다.
그가 현재 마지막 편을 쓰는 연작도 눈과 겨울에 관한 것이다.
"겨울이 다가오는 11월에 내고 싶었는데 밀리고 밀려 3월도 불투명합니다. 글이 한동안 안 써져 다시 쓰기를 반복하다 보니 늦어지고 있어요. 밝은 곳을 향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안 써졌던 것이 아닌가 싶고, 이제는 모든 전제를 허물고 내가 진실이라고 느끼는 만큼만 쓰려고 합니다."


bookman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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