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초범에 이행안돼 불기소…경찰·아동보호기관 "정서적 아동학대"
(김천·구미=연합뉴스) 박순기 기자 = 초등학생에게 '나는 나쁜 학생'이란 팻말을 목에 걸고 친구들에게 사과하도록 강요한 교사가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됐다.
20일 대구지검 김천지청에 따르면 구미경찰서가 아동학대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모 초등학교 A교사를 불기소 처분했다.
A교사는 지난 5월 5학년 학생이 친구들 간 이성 관계를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가 약속을 깼다는 이유로 '나는 나쁜 학생입니다'란 팻말을 목에 걸고 친구들에게 사과하도록 강요했다.
다행히 피해 학생 부모가 이 사실을 알고 학교 측에 항의해 실제로 이행되지는 않았다.
A교사는 당시 "학생 중 한 명이 팻말 사과를 제안한 것이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의사 등이 "정서적 아동학대"라고 판단함에 따라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김천우 경북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 선임 상담원은 "이행되지 않았지만 팻말 사과가 피해 학생에게 심리적 학대를 준 것으로 판단해 아동학대 행위라고 회신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A교사가 초범인 데다 실제 이행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해 무혐의 처리했다.
구미경찰서 관계자는 "정서적 학대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하지 않고 정확한 유권해석을 해주는 기관이 없다"며 "일반적인 기준이 없다 보니 검찰 잣대로 무혐의 처리된 것 같다"고 말했다.
A교사는 아동보호담당 경찰관을 만나 "일이 잘 처리됐다.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을 전했으나 피해 아동과 학부모에게는 사과하지 않았다.
피해 아동의 학부모는 "아이가 정신과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며 "지금까지 담임교사로부터 사과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고 했다.
par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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