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생계 책임진 고려인 여고생 '강제출국' 당한 사연(종합)

입력 2018-12-20 14:50  

가족 생계 책임진 고려인 여고생 '강제출국' 당한 사연(종합)
암 투병 아빠 위해 불법 취업했다가 적발…이역만리서 부모·동생과 재회 고대


(광주·부천=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암 투병 중인 아빠의 병원비를 마련하려고 불법 취업한 고려인 후손이 강제 출국 당한 뒤 부모와 다시 만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20일 광주 고려인 마을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고려인 후손 김발레리야(19)양은 부모를 따라서 2012년 고국으로 돌아왔다.
경기도 부천에 정착한 김양의 부모는 딸을 고등학교에 보내고 늦둥이를 낳으며 단란한 가정을 꾸려갔다.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 김양 아빠가 십이지장 암을 선고받은 지난해 겨울 불행이 찾아왔다.
우즈베키스탄에 홀로 남은 노모의 생계까지 책임지던 김양 아빠가 몸져누우면서 온 가족의 생계가 막막해졌다.
병든 남편과 젖먹이를 돌보는 엄마를 대신해 김양이 돈벌이에 나섰다.
고교생인 김양에게 아빠 암 치료비와 다섯 식구 생활비를 마련할만한 일자리는 마땅히 없었다.
김양은 어지간한 아르바이트보다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노래방 도우미' 일을 시작했고, 출입국 단속반에 적발됐다.
김양은 방문취업(H2) 비자를 받은 부모의 미성년자 동거인으로 한국에 들어와 고교 입학 무렵 재외동포취업(F4) 비자를 받았으나 '미풍양속을 해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업 규정을 어겼다.
불법 취업을 한 김양은 벌금 100만원을 내고 풀려났다.
발병 초기였던 아빠가 수술만 받으면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김양은 다시 한번 노래방 도우미 일을 자처하고 나섰다.
두 번째 단속에 걸린 김양은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억류됐다가 지난 9월 12일 강제 출국을 당했다.
아빠의 병원 진단서와 고교 재학 증명서를 보여주며 절박한 처지를 호소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출국 비용마저 마련하지 못한 김양은 시민단체 도움으로 할머니가 있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로 돌아갔다.
김양은 부모, 동생과 재회를 바라며 재입국을 시도했으나 여권에 찍힌 강제 출국 도장(46-1) 때문에 우즈베키스탄 주재 한국대사관으로부터 비자를 승인받지 못했다.
강제 추방자의 향후 5년간 재입국을 불허하는 규정 때문이다.
김양 아빠는 경기글로벌센터가 마련한 후원금으로 수술받고 퇴원했다.
채 회복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다시 생업에 나섰다.
아빠가 수술실에 들어갔던 날 김양은 우즈베키스탄행 비행기에 올랐다.
신조야 광주고려인마을 대표는 "어쩔 수 없는 예외적인 상황 때문에 재입국을 허용해준 강제 추방자의 사례도 있었다"며 "당국이 김양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h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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