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외교노력 군사적 지원·안보상황 진전대비 군구조 연구"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20일 공개한 '문재인 정부의 국가안보전략' 공개본 책자에는 남북한의 항구적인 군사 신뢰구축을 위한 군비통제 의지가 드러나 있다.
국가안보전략 공개본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통일·국방 분야 정책 방향을 담은 국가안보 최상위 지침서라는 의미가 있어 이 책자에 반영된 의지대로 앞으로 남북 군사회담에서 군비통제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남북은 9·19 군사합의서를 통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와 비무장지대(DMZ)내 감시초소(GP) 각 10개 시범파괴, 지·해상·공중 적대행위 중지 등 초보적인 신뢰구축 조치를 이행 중이어서 차후 높은 단계의 군비통제로 갈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국가안보전략 공개본에 높은 단계의 군비통제 의지를 강력히 반영한 것도 이런 초보적 신뢰구축 조치에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군사적인 신뢰 구축은 초보적 군사 신뢰구축→운용적 군비통제→구조적 군비통제 등의 단계로 진행된다.
초보적 신뢰구축은 군사 당국간 직통전화 설치, 군사분계선(MDL) 인근 상호훈련 중지 및 통보 등을 말한다. 운용적 군비통제는 DMZ 내 GP 공동철수, 장사정포 후방 배치 등 진전된 신뢰 조치로 진입하는 단계다. 이 단계가 지나면 병력 감축, 최전방 부대의 후방 배치, 무기 감축 등 구조적인 군비통제 단계가 이행된다.
이와 관련, 국가안보전략 책자는 "남북 간에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신뢰구축의 기반이 마련되면 군사력 배치와 운용을 조정하는 운용적 군비통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GP 철수와 시범적인 남북공동유해발굴, JSA 비무장화, 한강(임진강) 하구 공동 이용의 군사적 보장 등을 신뢰구축 기반 마련의 사례로 예시했다. 앞서 남북은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핫라인)도 정상 가동하고 있다.
MDL에서 5㎞ 내의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과 포사격 중지도 군사합의서에 반영되어 있어 초보적 단계의 신뢰구축 토대는 충분히 마련된 셈이다.
이어 국가안보전략 책자는 "이후 군사분계선으로부터 일정 거리 내 군사력 배치와 운용에 대한 통제 방안을 강구하여 국민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앞으로 운용적 군비통제 문제를 북측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군 관계자들은 DMZ 인근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북한의 장사장포를 최대 40㎞ 후방으로 이동 배치한다면 획기적인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가 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실제 국방부도 남북 군사공동위원회가 가동되면 장사정포 후방 배치 문제를 의제로 올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가안보전략 책자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가동될 전망인 군사공동위의 의제로 군비통제를 상정할 것임을 드러냈다.
이 책자는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의 진전에 따라 실질적인 평화를 보장할 수 있도록 병력·무기체계의 구조와 규모를 통제하는 구조적 군비통제 문제를 남북이 합의한 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협의한다"고 적시했다.
이와 관련, 9·19 군사합의서에는 군사공동위에서 논의할 사항으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등을 명문화한 바 있다. 이 책자에 언급된 '병력·무기체계의 구조와 규모 통제' 문구가 사실상 무력증강 문제와 일맥상통하는 말이라고 군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는 단계적으로 군비통제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제거되지 않은 상황에서 속전속결식의 군비통제는 오히려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을 조장할 수 있는 등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책자는 "남북 사이의 군사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군비통제를 추진해 나간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비핵화와 평화체제 도래 등 안보 상황 진전에 대비한 군 구조개편 방안을 연구한다는 대목도 눈에 띈다.
이는 북미간 비핵화 대화를 견인하기 위해 한반도에서 대규모 연합훈련 등을 유예하거나 조정해 대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군 구조개편과 군사력 건설 방향 등에서 '플랜B'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 책자는 공개했다. 즉 "비핵화 및 평화체제 도래 등 안보상황 진전에 대비한 군 구조 개편방안과 다양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능력의 강화 방안을 연구·검토한다"고 적시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2019년 국방업무계획'을 보고 받은 자리에서 언급한 것과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국방업무계획 보고 후 가진 언론 설명회에서 "대통령께서 강조하셨던 사안을 말씀드리고자 한다"면서 "향후 한반도 안보 상황이 변화되는 부분에 대해, 물론 지금 당장 그런 부분은 아니고 앞으로 몇 년이 지날지는 잘 모르지만, 안보 상황이 바뀌게 되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군사력 건설계획 등에 대해 보완 계획을 정교하게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작년 10월부터 플랜B에 대한 연구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three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