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북 인도지원 제한 완화엔 국제여론도 작용한 듯

입력 2018-12-20 16:44  

미국 대북 인도지원 제한 완화엔 국제여론도 작용한 듯
심사 이유로 긴급한 보건물자 승인 지연에 우방들도 `완화' 촉구
"인도지원의 전용·대체 가능성 우려" 對 "지원 방법과 현장에 대한 오해"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미국이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원활히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정체 상태의 북미 대화를 진전시키려는 미국 측 노력을 보여주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미국이 그동안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국은 물론 다른 나라나 자선·구호단체의 대북 인도 지원에 대한 승인을 지나치게 지연시킴에 따라 국제사회로부터 비판 여론의 압박을 받아온 면도 있다.
이 문제에 관한 "미국의 입장은 워싱턴을 정치적으로 고립시키고, 중국과 러시아에 미국 정책이 비정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구실을 줘왔다"고 포린 폴리시는 지난 12일 보도했다.
대북 인도 지원에 대한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대놓고 말하는 스웨덴 같은 나라 말고도 영국과 프랑스 같은 미국의 굳건한 맹방들도 특히 보건분야에선 제한을 완화해줘야 한다고 미국에 촉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주의 차원의 일부 제재 예외 요청에 대한 미국의 방해와 보류가 지나치다는 의견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내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안보리의 한 외교관은 포린 폴리시에 말했다.
안보리 제재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와 유진벨재단의 대북 결핵 퇴치 사업 물자 수백만 달러치를 승인했다. 지난 2월 신청한 후 9개월 만이다.
스티븐 린턴 재단 회장은 이를 환영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결핵 퇴치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는 어떤 증거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으나, 유니세프와 다른 구호 기관들은 승인이 늦어짐으로써 감염병 퇴치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고 포린 폴리시는 전했다.
유니세프의 오마르 아브디 부총재는 그 이튿날 제재위에 비공개 서한을 보내 격오지에 사는 5세 미만의 어린이와 임부들의 기초적인 건강관리용 구급차와 부품들에 대해서도 긴급히 승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포린 폴리시는 수술 장비, 결핵과 말라리아 퇴치 물자, 고아원과 취학전 아동 돌봄 시설에 공급할 캐나다의 두유 300통 등도 제재위에서 미국의 보류 조치로 제재 면제 승인이 미뤄졌다고 전했다.
아일랜드 지원단체 컨선 월드와이드와 이탈리아의 아그로텍이 유럽연합(EU)의 식량안보 프로그램 일환으로 북한에 보내려던 물자도 미국에 의해 보류됐다.
지난 8월 제재위가 대북 제재의 목적은 "일반 주민들에게 나쁜 인도주의적 결과를 미치려는 게 아니다"며 인도주의 물자에 대한 승인을 신속처리하는 지침을 만들기도 했으나 미국은 극히 일부 품목을 제외하곤 엄밀한 심사를 이유로 지연시켜 왔다.
이에 대해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대사는 대북 지원이 군사 등 다른 목적으로 전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난달 8일 기자들에게 말했다.
미국의 다른 한 관리는 북한의 인도주의 위기는 "북한이 자원을 자국 주민의 기본적인 복지보다는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과 무기에 사용하기" 때문이라며 북한 정권이 자초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포린 폴리시는 전했다.
대북 인도 지원에 반대하거나 꺼리는 측의 이런 논리에 대해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에선 지원 방법과 목적 등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국계 미국 신경외과의로 하버드의대의 대외 의료지원 프로그램 일원이자 재미한인의사회(KAMA)의 북한프로그램 국장인 박기범씨 등은 "현장에 가서 보면 그런 전용 가능성이 극히 작으며, 본래 지원 대상자들이 지원 혜택을 본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10월 23일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유엔의 발표를 인용해 대북 인도지원 자금 중 90% 이상이 북한 밖에서 물자 구매에 사용됐고, 나머지 10% 정도만 북한 내에서 내·외국인 직원 급료, 임대료, 수송비 등 경비로 쓰였다고 지적했다.
그 물자들도 전용될 수는 있다. 정권 차원의 조직적 전용 증거는 없지만, 개인들이 물자들을 빼내 시장에 내다 파는 게 30% 정도이고, 이를 통한 수입은 정권 자체보다는 중간층 관리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박기범씨 등은 인정했다.
유엔의 올해 대북 지원 목표액은 1억1천100만 달러(1천251억8천500만 원). 90%인 1억 달러로 사서 북한에 보낸 물자 중 30%인 3천만 달러치의 물자를 전부 북한 당국이 차지해 국내외에서 달러로 현금화한다고 가정해도, 북한의 연간 국방비 추산액 80억 달러의 0.4%에 불과하다고 필자들은 지적했다.
인도 지원의 전용 의혹과 다른 문제로,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함으로써 북한 정권이 마땅히 거기에 써야 할 예산을 군사나 핵무기 개발용으로 쓸 여력이 더 생긴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필자들은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서 북한 정권이 "잊혀진 계층"을 위해 자원을 재배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다른 분야에 우선순위를 둠으로써 자국의 모든 주민을 위해 모든 자원을 쏟아붓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북한에만 해당하지 않는다"고 박기범씨 등은 말했다. "다른 나라들도 많은 주민이 기초적인 의식주 문제로 고통을 받아도 군사에 막대한 비용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주의 지원은 세계 어디서나 가장 궁핍하고 취약하고 방치된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긴급 활동"이라고 이들은 강조했다.
북한보다 더 도움이 필요한 나라도 많다는 대북 지원 반대론에 대해서도 이들은 미국 정부의 통계를 인용해 2016년 기준 북한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높은 파키스탄, 케냐, 시리아, 에티오피아, 아프가니스탄 등에 미국은 수억 달러씩 인도·개발 지원을 했다고 지적했다.
y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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