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언론계 논란에 검찰 고발·방심위 청문조사까지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KBS 1TV 시사 토크쇼 '오늘밤 김제동'이 연일 시끄럽다. 덕분에 시청률은 상승세를 탔지만, 지켜보는 대중의 피로감 누적 속도가 그보다 빠른 게 문제다.
문제는 지난 4일 방송에 출연한 김수근 위인맞이환영단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겸손하고, 지도자의 능력과 실력이 있고, 지금 (북한) 경제발전이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정말 팬이 되고 싶었다"고 발언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보수 진영에서는 즉각 비판했다.
초반에는 온라인이나 보수 단체 쪽에서만 시끌시끌했지만,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소속 의원들에게 "'오늘밤 김제동'에 출연하지 말라"고 하면서 논란은 정치적 갈등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나 원내대표는 KBS 수신료까지 언급하며 "분리징수로 바꾸고, 공영방송에 중간광고 허용하는 것을 막겠다"고 나섰다.
보수 성향의 KBS 소수 노동조합인 KBS공영노조는 아예 양승동 KBS 사장과 관련 인물들을 지난 18일 서울남부지검에 국가보안법 등의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KBS공영노조는 20일 성명에서도 "국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도 이 건에 대한 청문 등 조사에 들어갔다"며 "김수근 씨의 발언은 국가보안법상 이적성이 있다. 안방 TV에서 대한민국의 법질서와 정통성을 부정하고 국가 안위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반대쪽에서는 '마녀사냥'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먼저 KBS에서는 지난 4일 방송에는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과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도 출연해 해당 사안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며 토론, 형평성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MC 김제동 역시 김정은 방남 환영 단체들의 출현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적 반응을 직접 전달하며 중립적인 입장을 지켰다고 KBS는 설명했다.
이날은 한국PD연합회까지 성명을 내고 "김정은을 찬양하는 사람이 일부 존재한다고 대한민국 체제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며 "김정은 환영단이 논란과 우려를 낳고 있다면 이를 시청자에게 알리는 것도 공영방송의 책임이다. 한국당과 공영노조의 반응은 시대착오적이며 파시스트 선동"이라고 KBS에 힘을 실어줬다.
이러한 논쟁이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올리는 데는 도움이 됐는지 최근 '오늘밤 김제동'의 시청률은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탔다.
특히 보수 논객 전원책 변호사가 매주 월요일 합류, 진보 성향으로 알려진 김제동과 미묘한 긴장감을 형성하면서 지난 17일 시청률은 5.2%까지 치솟았다. 초반 1~2%대에 머물던 시청률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그러나 프로그램 내용이나 MC의 진행 능력 등이 아닌, 이념 논쟁과 각종 노이즈로 주목받는 것이 과연 장기적으로 프로그램의 안정된 성공을 가져올 수 있을지에는 물음표가 따른다.
lis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