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정부 지령받는 해킹단 기소…'기술도둑질 협상' 압박강화(종합)

입력 2018-12-21 10:18   수정 2018-12-21 11:17

美, 中정부 지령받는 해킹단 기소…'기술도둑질 협상' 압박강화(종합)
"사기와 절도" 범정부 합동규탄…美 동맹국들도 비판 가세
미중 무역협상 여파 주목…재무장관 "행정부 차원 기술보호 집중"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장재은 기자 = 미국이 중국 정부의 지령을 받는 해커들을 기소하며 중국의 미국 국가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또 다른 펀치를 날렸다.
이번 경고에는 미국의 법무부, 국무부, 국토안보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전면에 나선 데다가 후방에선 영국을 비롯한 미국의 안보 동맹국들까지도 줄줄이 가세했다.
중국의 지식재산권 도둑질은 무역전쟁, 기술패권 경쟁을 치르는 미국과 중국의 핵심 협상의제인 만큼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미국을 비롯한 최소 12개 국가에서 안보기밀, 영업비밀, 지식재산권 정보를 빼돌리기 위한 해킹을 저지른 혐의로 중국인 해커 2명을 20일(현지시간) 기소했다.
법무부는 주화(朱華), 장스룽(張士龍)으로 알려진 두 해커 외에도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해커 7명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보안업계에서 'APT 10'으로 알려져 있는 이들 해커는 2006년부터 올해까지 금융, 통신, 생명공학, 자동차, 보건, 광산업을 비롯한 여러 산업에 있는 기업들로부터 정보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APT 10은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해군,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 미국 에너지부 등 미국 정부 기관의 전산망에도 침투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무부는 이들이 미국 해군 전산망에서 사회보장번호, 생년월일 등을 포함한 무려 10만여명의 인사 정보를 빼돌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 해커가 중국 국가안보부와 직접 연계돼 있으며 중국 당국이 이들의 정보절취 행위를 승인하고 지시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적시했다.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은 성명을 통해 "완전한 사기이자 도둑질"이라며 "중국은 이를 통해 법을 지키는 기업과 국제규칙을 따르는 국가들보다 우위에 서는 불공정한 이득을 얻는다"고 비판했다.
크리스토퍼 라이 미국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고 광범위하며 잠재적으로 미국 국가안보를 해칠 수 있는 위협에 직면했다"며 "중국이 아닌 어떤 국가도 더 광범위하고 심각하게 미국 경제와 사이버 기간시설에 장기적 위협을 제기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무부, 국토안보부는 중국 정부와 연계된 해킹단의 범죄 활동을 협정위반으로 지적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중국이 지식재산권, 영업비밀에 대한 사이버 절도를 지원하지 않기로 한 2015년 미중합의를 깼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의 지식재산권 도둑질 논란은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핵심 협상의제 가운데 하나여서 주목된다.
백악관과 미국 재무부, 상무부,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과 오는 3월 1일을 시한으로 무역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 후 백악관은 미국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침해, 사이버 절도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협상의제로 합의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이 같은 발표를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지금까지 체계적이고 고의적인 지식재산권 절도나 해킹 등을 시인한 적도 없다.
이 때문에 이번 해커 기소와 뒤따른 규탄은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의 태도를 바꾸기 위한 압박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해커의 기소에서 계속되는 미중 무역전쟁 속에 미국이 품고 있는 주요 불만 가운데 하나가 잘 드러난다"고 해설했다.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미국 폭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이 미중 무역협상과는 관계가 없지만 사이버안보는 무역협상의 일관된 주제였다고 밝혔다.
므누신 장관은 "미국 행정부로서 우리는 미국 기술을 확실히 지키는 데 매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수사에 관여한 제프리 버민 미국 뉴욕의 연방검사는 "미국기업과 정부 기관들은 수년간의 연구와 셀 수 없이 많은 돈을 들여 지식재산을 개발하는데 해커들은 그냥 훔쳐서 공짜로 가져간다는 점이 화가 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관계부처 합동 비판 뒤에는 동맹국들의 지원사격이 무더기로 뒤따랐다.
영국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APT 10은 유럽, 아시아, 미국에서 지식재산권, 민감한 상업 자료를 겨냥해 악의적 사이버 작전을 수행하려고 중국 정부를 대신해 활동했다"고 지적했다.
호주는 성명을 통해 중국의 지식재산권 절도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뉴질랜드도 "그런 사이버 작전을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표명하는 데 생각이 같은 파트너들에 동참한다"고 성명을 냈다.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캐나다, 일본, 네덜란드, 스웨덴도 중국의 사이버 활동을 비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YNAPHOTO path='PCM20181212013554990_P2.gif' id='PCM20181212013554990' title='미국_중국 해커 및 경제적 스파이 주시 (PG)' caption='[최자윤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zoo@yna.co.kr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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