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법원, 재판 개시 확정…페르난데스, 유죄 확정에도 불수감 면책특권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전 대통령이 최근 불거진 부패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20일(현지시간) 일간 클라린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연방법원은 대통령 임기 중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 개시를 확정했다.
이는 클라우디오 보나디오 연방법원 판사가 지난 9월 공공 건설 사업 발주를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을 기소한 데 따른 것이다.
연방법원은 심리가 개시되기 전에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을 구속해달라는 보나디오 판사의 요청을 수락했다.
그러나 현재 상원 의원인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기소될 수는 있지만, 수감되지 않는 면책특권을 누리고 있다. 현재로선 상원이 불수감 면책특권을 없애지 않으면 그는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감옥에 가지 않게 된다.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부패 의혹은 최근 언론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현지 일간 라 나시온은 지난 8월 페르난데스와 고인이 된 남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절에 한 장관의 운전사가 거액의 뇌물을 페르난데스 부부 집으로 배달한 사실을 낱낱이 기록한 장부를 입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후 검찰이 이 장부를 토대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고, 유력 사업가들과 전 고위 관리들을 체포했다.
사법당국은 지난 8월 관련 증거를 확보하려고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소유한 아파트 등 3곳을 압수수색을 했다. 당시 상원은 표결을 거쳐 압수수색을 허용, 페르난데스에게 부여된 면책특권 일부를 해제했다.
법원은 3천800만 달러(약 426억원) 규모의 페르난데스 소유 자산을 동결하고 훌리오 데 비도 전 기획부 장관의 기소를 명령했다. 비도 전 장관은 현재 구속된 상태다.
당국은 페르난데스가 연루된 뇌물사건에 대한 제보를 받고자 67만 달러(약 7억5천만 원)의 보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검찰은 페르난데스와 남편 네스토르가 정권을 잡았던 2005년부터 2015년 사이에 총 1억6천만 달러(약 1천800억 원)의 뇌물이 건네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외환 조작을 비롯해 1994년 아르헨티나-유대인 친선협회(AMIA) 폭탄테러 사건 은폐 가담 등 다른 5건의 사건에 대해서도 불구속 상태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무죄를 항변하며 내년 하반기에 치러질 대선에 앞서 자신의 출마를 막기 위해 '사법 박해'를 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 부패 사건에 전직 대통령은 물론 12명이 넘는 전직 정부 관료와 30명의 사업가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현지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심지어 마우리시오 마크리 현 대통령의 가족들도 연루됐다.
마크리 대통령의 아버지 프랑코와 형제 히안프랑코는 지난주 법원에 소환됐다.
보나디오 판사는 마크리 그룹의 자회사인 아우토피스타스 델 솔 회사가 고속도로 공사를 따내려고 뇌물을 준 혐의와 관련해 두 사람을 심문했다. 마크리 대통령의 사촌이자 사업가인 앙헬로 칼카테라도 조사를 받고 있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 가족들이 운영하는 사업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마크리 대통령은 정부가 사법부의 독립성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이번 사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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