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최고의 선수'
한때 미국 골프 전문 매체가 해마다 뽑던 타이틀이다.
'세계 최정상급 실력을 지녔다'는 칭찬인지, 메이저대회에서는 새가슴이 된다는 비아냥거림인지 헛갈리는 이 칭호는 사실 특정 선수 몇 명이 단골이었다.
당대 최고의 선수였지만 유독 메이저대회에서는 우승과 인연이 없던 콜린 몽고메리(스코틀랜드), 리 웨스트우드, 루크 도널드(이상 잉글랜드), 그리고 필 미컬슨(미국)과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꽤 오랜 기간 이 타이틀의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는 세계 최고 선수' 타이틀 경쟁은 다소 시들해졌다.
오랜 기간 정상급 기량으로 많은 우승 트로피를 쓸어 담으면서도 유독 메이저대회에서는 쓰라린 불운과 좌절에 울던 당대 최고 선수의 비장감이 사라진 탓이다.
특히 미컬슨과 가르시아가 20년 넘게 이어온 메이저 우승 갈증을 씻어내자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최고의 선수' 타이틀은 마땅한 주인공을 찾지 못했다.
몽고메리와 웨스트우드, 도널드 등이 이 타이틀 경쟁 후보군에서 밀려난 것도 한몫했다.
이들은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는 건 달라지지 않았지만 '최고 선수' 대열에서는 사실상 탈락했다.
더스틴 존슨(미국)과 제이슨 데이(호주)도 한때 '메이저대회 우승 없는 최고 선수'라는 달갑지 않은 칭호를 이어받나 싶었지만 금세 후보군에서 탈출했다.
최근 메이저대회 첫 우승을 달성한 선수가 부쩍 많아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2016년에는 대니 윌릿(잉글랜드), 존슨, 헨리크 스텐손(스웨덴), 지미 워커(미국) 등 메이저대회 챔피언 4명 모두가 메이저대회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린 선수였다.
작년에도 가르시아, 저스틴 토머스(미국)가 메이저대회 우승 물꼬를 텄고, 올해도 패트릭 리드(미국)와 프란치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가 메이저 챔피언의 반열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이 때문에 연말을 맞아 꼽아본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는 최고 선수' 명단은 차라리 내년에 메이저대회 첫 우승이 유력한 기대주를 모아놓은 모양새다.
1순위는 욘 람(스페인)이다.
그는 세베 바예스테로스,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 가르시아 등 천재적 골프 선수를 배출한 스페인 출신답게 공을 다루는 능력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프로 전향 이후 겨우 2년을 조금 넘겼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5승을 쓸어 담았고 최근 정상급 선수만 모여 치른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 정상에 올라 내년 전망에 녹색등을 켰다.
올해 시즌 막판을 뜨겁게 달군 '필드의 과학자' 브라이슨 디섐보(미국) 역시 내년에 메이저 왕관을 손에 넣을 가능성이 아주 높은 선수다.
1993년생인 브라이슨은 올해 4승이나 올리는 등 최근 2년에 5승을 쓸어 담는 등 상승세가 뚜렷하다.
최근 만 30세가 된 리키 파울러(미국)도 빼놓을 수 없는 예비 메이저 챔피언이다.
4차례 PGA투어 정상에 오른 파울러는 메이저대회에서도 3차례 준우승 등 9차례 톱10에 입상했다.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도 내년 메이저대회에서 눈여겨볼 선수다. 그는 작년 US오픈에서 4위, 올해 US오픈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가혹한 코스에서 치르는 US오픈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람, 디섐보, 파울러와 함께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으면서 세계랭킹 10위 이내에 이름을 올린 토니 피나우(미국) 역시 내년에는 메이저대회 정상에 올라도 놀랄 일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밖에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잰더 셔플리(미국), 폴 케이시(잉글랜드)도 '아직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는 최고의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려놨다.
이들 가운데 누가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는 최고 선수' 명단에서 조기 졸업의 기쁨을 맛볼지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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