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포함 3인용에 4명 타고 피신하려다 전복해 1명 사망
항소심 "통상 수준 주의의무 요구할 수 없어" 유죄선고 원심 파기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2016년 7월 21일 오후 A(19)군은 해군 UDT 대원 출신인 아버지로부터 수상오토바이 조종 교육을 받은 뒤 조종면허시험을 보기 위해 충북 괴산군 달천강 자락에서 연습에 한창이었다.
이때 주변에서 물놀이하던 또래 6명이 다가와 수상오토바이에 태워달라고 했다.
A군의 수상오토바이는 운전자를 포함해 최대 3명까지 탈 수 있었다.
A군은 수상오토바이를 타려면 구명조끼를 착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물놀이를 하던 6명은 인근 선착장에 구명조끼를 가지러 가기 위해 강을 걸어서 건너기 시작했다. 그러나 물이 깊어 강 중간에서 더는 나아갈 수 없었다.
결국 A군은 이들 가운데 도움을 요청하는 2명을 태우고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선착장에 도착한 A군은 구명조끼를 찾는 아이들을 지켜보다가 강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강 중간에 있는 나머지 아이들이 강을 가로질러 조금씩 걸어오는 게 보였다.
이곳은 수심이 깊고 물살이 강한데다 바닥도 고르지 않아 익사 사고가 잦았다. 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A군은 자칫 사고가 날 것을 우려해 서둘러 강 중간으로 향했다.
아이들 곁에 도착한 A군은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 1명에게 주고, 나머지 3명은 수상오토바이에 타라고 했다.
정원보다 1명 더 타게 됐지만, A군은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다.
아이들이 차례로 수상오토바이에 오르는 동안 수상오토바이는 물살을 따라 점점 수심이 깊은 곳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마지막 아이가 오르자마자 균형이 무너진 수상오토바이가 순식간에 전복됐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A군은 물속으로 들어가 아이들을 구조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일행 중 1명이 숨지는 것을 끝내 막지 못했다.
이런 A군에게 익사 사고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1심 재판부는 주의의무를 어겨 익사 사고를 초래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와 면허 없이 수상오토바이를 운전한 혐의(수상레저안전법 위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A군에게 징역 6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1심 재판부는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피해자 일행을 정원을 초과해 태운 사실이 인정되는 만큼 피고인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송인혁 부장판사)는 23일 A군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소 사실과 1심 판결에서 지적한 업무상 주의의무는 통상적인 경우에서의 수상오토바이 운전자의 주의의무는 될 수 있으나, 이 사건처럼 위험한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는 경우에까지 동등한 수준의 주의의무가 요구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당시 상황에서 사고 발생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던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사고 발생을 예견하거나 회피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면허 없이 수상오토바이를 운전한 사실은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를 결정했다.
검찰은 이 판결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등이 있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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