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쿠아론 감독 "민주화 과정 겪은 멕시코, 한국과 공감대"

입력 2018-12-21 15:59  

'로마' 쿠아론 감독 "민주화 과정 겪은 멕시코, 한국과 공감대"
"더 많은 관객 볼 수 있게 넷플릭스와 손잡아"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멕시코와 한국 사이에는 감성적 유사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 '로마'를 연출한 멕시코 출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21일 서울 명동 롯데시네마 애비뉴엘에서 열린 화상 기자회견을 통해 국내 취재진을 만났다.
지난 1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로마'는 1970년대 초반 혼란의 시대를 지나며 여러 일을 겪어야 했던 멕시코시티 로마 지역에 사는 클레오의 삶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지난 9월 베네치아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아 넷플릭스 영화로는 처음으로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의 영예를 안았다.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2004), '그래비티'(2013) 등을 선보인 명장 쿠아론 감독이 '이 투 마마'(2001) 이후 모국에서 찍은 첫 영화다.

그는 "제 감성의 뿌리는 멕시코로, 멕시코 로마는 제가 자란 동네여서 이곳에서 꼭 찍고 싶었고, 해야만 하는 작품이었다"며 "모든 창작 과정을 모국어로 할 수 있어서 자유롭게 감성적인 디테일과 뉘앙스까지 표현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쿠아론 감독은 자전적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소환했다. 네 자녀를 둔 중산층 백인 가정 소피아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클레오가 주인공이다. 감독이 유년 시절 자신을 어머니처럼 돌봐준 실제 가정부를 떠올리며 만든 캐릭터다.
쿠아론 감독은 "클레오는 제가 가장 사랑했고, 애정을 가진 캐릭터"라며 "그녀와 저는 상처를 공유했고 한 가정, 멕시코, 더 나아가 전 인류의 상처를 가진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민주화 요구가 빗발쳤던 1970년대 초반 멕시코 사회상을 재현했다.
쿠아론 감독은 "개인적인 삶의 기억과 스토리가 그 시대에 펼쳐져 그 시대를 택했다"면서 "이야기의 초점은 한 가정이 깨지면서 아버지가 떠나는 것이지만, 개인적인 상처뿐만 아니라 그 당시 멕시코가 가진 상처와 흉터도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민주화 노력 덕분에 멕시코 시대 정신이 형성된 것 같다"면서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부 억압으로 민주화는 실패하고 지하화한 역사가 있으며, 어찌 보면 멕시코는 지금도 민주화 과정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멕시코와 한국 사이에는 감성적인 유사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경제적으로는 다르지만, 민주화 과정 아래에서 독재체제와 갈등, 민주화를 가장한 독재정권과 싸움 등 감성적인 공감대가 있죠. 가장 큰 특징은 사회와 정부, 기업 고위층의 비리입니다. 한국영화를 봤을 때도 이런 고위층의 비리와 부패,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이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쿠아론 감독은 넷플릭스와 손잡은 이유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로마'는 멕시코어를 사용해 흑백으로 찍은 작품"이라며 "이런 이야기와 촬영 방식, 출시에 관심을 가진 플랫폼이 넷플릭스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객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 좋겠지만, 역설적으로 일반적인 극장 개봉 방식보다 더 큰 극적 효과를 누리며 '로마'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면서 "현실적으로 보다 많은 사람이 이 작품을 즐기게 하려면 넷플릭스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세계 주요 영화제들이 넷플릭스 영화를 배척하는 분위기에 대해선 "그런 흐름은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새로운 플랫폼은 단기적인 트렌드가 아니며, 계속 지속할 산업으로 인정하고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쿠아론 감독은 이번 작품을 직접 촬영했다. 촬영 기간만 108일이 걸렸고, 장편영화에서는 거의 시도하지 않는 시간순으로 찍었다.
그는 "촬영감독으로 영화를 시작했고, 촬영 경험도 많아 어렵지는 않았다"며 "시나리오에 제 모든 생각을 쏟아 넣었는데, 다른 사람의 해석을 거치지 않고 생각한 대로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1950년대 흑백영화가 아니라 매우 현대적인 시각에서 과거를 촬영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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