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차 기준 '800→1천원' 움직임…대전시 "빚 고려한 고육지책"
정용기 의원 "되레 감면해야" 비판…대덕구청장도 가세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대전 천변도시고속화도로 통행료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다.
폐지 방안을 검토했던 대전시가 통행료 인상 수순을 밟고 있는 건데, 주 이용자가 많은 대덕구 측에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전시는 21일 오후 옛 충남도청에서 천변도시고속화도로 효율적 운영을 위한 주민 설명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시는 천변도시고속화도로 통행료 인상을 위한 논리를 참석자들에게 설명했다.
서구와 대덕구를 잇는 천변도시고속화도로는 대전 첫 유료도로다.
왕복 6차로에 총연장 4.9㎞ 규모로, 민간투자방식으로 건설해 2004년 개통했다.
그런데 2016년 왕복 6차로 중 2개 차로를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전용도로로 조성하면서 출·퇴근 시간대를 중심으로 지·정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 도로 통행료는 소형 승용차 기준 800원이다.
시민 불만은 이 지점에 있다.
고속으로 갈 수 없는데, 통행료를 왜 받느냐는 게 그 이유다.
차츰 통행료 폐지를 원하는 여론이 모이자 올해 초 대전시도 검토에 나섰다.
지난 3월 이재관 당시 대전시장 권한대행(행정부시장)은 시의회 임시회에서 천변도시고속화도로 통행료에 관해 묻는 시의원 질의에 "국토교통부 산하 민자 도로 관리지원센터가 설립되면 협의와 자문 등을 통해 합리적인 운영방안을 살필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개월 간 통행료 폐지에 따른 행정적·법적 대안을 따져본 시는 그러나 현실적으로 폐지가 어렵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최구 시 도로관리담당은 23일 "민자 업체가 차입한 금융채무가 1천584억원인데, 애초 건설 계약(1999년) 당시 이를 대전시에서 지급 보증하게 돼 있다"며 "민자 업체가 운영 종료 후 청산하지 못하면 고스란히 시가 빚을 떠안아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행료 인상이 채무 규모를 줄일 고육지책이란 설명이다.
민자 업체 운영 종료 시점은 2031년이다.
이 계장은 "결국 대전시민 세금으로 채무를 상환해야 하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이 도로를 전혀 이용하지 않는 시민에게까지 부담을 지어주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덕구를 중심으로 한 한쪽에선 무료로 가는 게 바르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천변도시고속화도로는 대덕구와 도심을 잇는 대표적인 도로다.
이 때문에 대덕구 주요 산업단지 근로자나 대덕구민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박정현 대덕구청장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공공재라는 도로의 공익성을 도외시한 경제 논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가 서민 경제적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유류세를 인하한 사례처럼 대전시도 시민의 입장을 고려해 현명히 결정해 달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대덕구)은 "제가 대표 발의한 유료도로법 일부개정법률안 제정 취지에 역행하는 근시안적 행정"이라며 "통행료 폐지 여건이 마련됐는데도 시민 뜻에 반해 되레 통행료를 올리겠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천변도시고속화도로가 출·퇴근 시간대 교통체증 때문에 유료도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점은 모든 시민이 안다"며 "유료도로법 개정안 시행일(내년 1월 17일)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대전시는 통행료 폐지를 위한 감면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촉구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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