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교육청 기초학력 부진학생 지원예산 대폭 축소…'논란'

입력 2018-12-23 07:33   수정 2018-12-2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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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교육청 기초학력 부진학생 지원예산 대폭 축소…'논란'
51억→16억으로 68% 삭감, 내년 학교별 예산도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
교육청 "효율적 예산 운용" 해명 불구 "교육감 공약사업만 집중" 비판도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울산시교육청이 기초학력이 부진한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게 학습을 지원하는 예산을 내년에 대폭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 첫 진보교육감 취임에 따른 정책 변화는 예고된 것이라 해도, 의무교육 대상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외면하는 것은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이라던 노옥희 교육감의 교육철학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울산시의회 의결로 확정된 내년도 시교육청 예산을 보면, '학력 향상지원' 사업비는 16억4천646만원이다. 이는 올해 51억5천588만원에서 35억942만원이 삭감된 것으로, 삭감률은 68.1%에 달한다.
이 사업은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들의 학습을 지원해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을 보장하는 사업으로, 주로 학습 부진학생 지도와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초등학교를 예를 들면 올해까지는 부진학생 지도 강사비 지원, 두드림 학교 운영, 차오름·아우르미 학습공동체 사업, 1교사 1멘토제 등 세부사업이 진행됐다.
부진학생 지도는 외부 강사나 교원을 활용해 방과 후에 아이들 학습을 지도하는 사업이다.
두드림 학교는 정서·행동 어려움이나 왕따 등 복합적 요인으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기초학력 부진학생을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시교육청은 올해 36개 초등학교에서 이 사업을 시행했다.
두드림 학교 시행 대상이 아닌 나머지 초등학교들은 강남·강북교육지원청이 각각 시행한 아우르미, 차오름 학습공동체 사업 지원을 받아 학습 부진학생의 공부를 도왔다.
그런데 시교육청은 내년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이들 사업을 모두 두드림 학교로 통합해 운영하기로 했다.
대신 두드림 학교를 전체 초등학교와 중학교 등 182개 학교에서 확대 시행하고, 학교별로 550만원씩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올해까지는 학교 규모나 학습 부진학생 규모에 따라 학교별 예산에 차이가 있었지만, 내년에는 모든 초·중등학교가 같은 지원액을 받는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지원액 규모는 올해보다 현저히 감소한 수준이다.
실제로 울주군 도농복합지역에 있는 A초등학교는 올해 부진학생 지도 사업비 1천680만원, 두드림 학교 운영 500만원 등 총 2천180만원으로 관련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내년에는 4분의 1 수준인 550만원으로 학습 부진학생들을 지원해야 한다. 이 학교에는 다문화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 자녀 등 형편이 어려워 학습이나 돌봄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이 많은 편이다.



시교육청은 학교별 여건이나 사정에 따라 예산이 부족한 곳에는 정부 특별교부금이나 추가경정예산 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느린 학습자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 학부모는 23일 "진보교육감 취임으로 성적 우수학생을 지원하는 수월성 교육에 대한 지원 감소는 예상했지만, 의무교육 대상 학생들의 기초 학습능력 부진마저 외면해서는 안 된다"면서 "단순히 공부를 더 시키는 것이 아니라 관심과 애정으로 돌봄을 지원해야 하는 아이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예산 삭감 결정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시교육청은 그러나 사업 차질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예산 감소가 곧 사업 차질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순하게 추론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그동안 일선 학교에서 여러 유사 사업들이 중복으로 운영되면서 예산의 비효율적 사용이나 교원 업무 가중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면서 "관련 사업을 압축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고자 두드림 학교로 통합하고, 예산도 절감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돈을 들여야만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옳지 않다"면서 "해당 학생 담임교사가 책임감을 갖고 학습을 지도하고, 나머지 부분을 학교와 교육청이 지원한다면 오히려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런 해명에도 뭉텅이로 잘려나간 예산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교육감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혁신학교 운영 관련 예산이 200%나 급증(올해 3억2천만원→내년 9억6천만원)하는 등 각종 공약사업에 예산을 집중한 것이 학습 부진학생들을 외면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자유한국당 김종섭 교육위원은 "시교육청 내년 예산은 무상급식과 무상교복 등 쉽게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교육복지 확대, 진보교육감으로서 사명을 띠고 추진하는 공약사업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학부모들로서는 학력 향상에 대해 우려가 크고, 특히 공교육의 지원이 절실한 학습 부진학생에 대해서는 더 그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017년 시교육청은 광역시 승격 이후 최대 성과로 '기초학습 부진 학생 구제율 향상'을 들었다.
당시 시교육청은 학습클리닉센터, 책임지도제, 1교사 1멘토제 등 관련 사업을 꾸준히 추진한 결과 2016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중학생 0.8%, 고교생 0.9%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고 발표했다.
hk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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